서브메뉴

본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저자 : 강은교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0
ISBN : 8982812962

책소개

불행한 사람들은 좀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는 법이다. 빈 가을의 하늘아래서 홀로 가을 들판을 거닐면서 만났던 그 여인. 아무도 거뜰어보지 않는 들판위에서 그녀는 나를 포착하였다. 나는 빈가을에서 사랑하는 그녀의 냄새를 느낀다. 나는 가을빛 같은 그녀를 수없이도 많이 렌즈에 담는다.


난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서 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부연 연기가 일고, 잠시 뒤 그 연막이 걷힌 자리에 그녀의 자취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목이 쉰 변사의 <끝>이라는 외침이 귀를 때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내 꿈은 마침내 끝나는 것이겠지, 라고 저는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난 자그마치 칠 년 동안을 별탈없이 살았던 것입니다. 그 동안 나는 심심치않게 글을 써내야 하는 글쟁이가 되어 있었고, 그녀도 자기의 스튜디오를 차릴 만큼 열심히 일을 했던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그녀가 홍길동의 계란처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는 공상 따위는 필요없었지요. 필요없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그녀는 펑 소리도 없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booktopia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
[-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QuickMenu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