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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양장본 HardCover) (The Silence)
침묵(양장본 HardCover) (The Silence)
저자 : 돈 드릴로
출판사 : 창비
출판년 : 2020
ISBN : 9788936478230

책소개

매해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
돈 드릴로의 최신간 미국과 동시 출간!
코로나 시대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학의 위로

영미 유수 언론들이 꼽은 ‘올가을에 주목해야 할 책’

“우리는 모두 드릴로의 세계에 산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

“『침묵』은 소름 끼치게 현재와 공명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가디언』

토머스 핀천,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와 함께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히며 해마다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돈 드릴로의 최신작 『침묵』이 10월 20일 ㈜창비에서 미국과 동시 출간되었다. 출간 몇달 전부터 팬데믹이 야기한 고립과 단절에 대한 놀라운 선견지명과 통찰을 담아냈다는 평과 함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돈 드릴로는 2018년 “맨해튼의 텅 빈 거리에 대한 비전”으로 시작한 이 소설을 코로나바이러스로 그가 태어나 여전히 살고 있는 뉴욕이 봉쇄에 들어가기 몇주 전에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릴로는 이전에도 『화이트 노이즈』(1985년 1월 출간) 제2부 ‘유독가스 공중유출 사건’을 통해 책 출간 한달 전에 일어난 인도 보팔 유독가스 누출 참사를 예견하는 듯한 통찰을 보여준 것을 비롯해 가까운 미래의 재난 상황을 핍진하게 그려낸 바 있어, 영미 언론에서 늘 그를 수식할 때 써온 ‘예언자적’ 면모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소설은 2022년 슈퍼볼(북미 프로미식축구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열리는 일요일, 원인 모를 재앙적 사건으로 인해 모든 통신 및 전자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은퇴한 물리학과 교수 다이앤과 그녀의 미식축구광 남편 맥스, 아인슈타인에 사로잡힌 전 제자 마틴, 빠리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 짐과 테사 부부가 나누는 간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고 심오한 대화를 통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파고든다. 이전의 작품들과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라는 주제의식을 같이하면서도, 어느 작품보다 친절해진 문체로 장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짧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돈 드릴로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갑자기 세계가 멈춰버린 날
암흑으로 변한 맨해튼의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

2022년, 슈퍼볼이 열리는 2월의 첫 일요일. 짐과 테사 부부는 빠리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친구인 다이앤과 맥스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리로 가 함께 슈퍼볼을 시청할 계획이다. 지루한 장거리 비행 동안 짐은 모니터에 뜨는 각종 숫자들을 강박적으로 읽어대고 테사는 노트에 여행 기록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이사이 말장난 같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착륙할 시간. 그런데 기체가 갑자기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한편 맨해튼의 아파트에서는 호스트인 다이앤, 맥스 부부와 다이앤의 옛 제자이자 고등학교 물리학 교사인 마틴이 초대형 텔레비전 앞에 앉아 슈퍼볼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고들이 이어지고 경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텔레비전 화면이 갑자기 먹통이 된다. 휴대폰도, 집전화도, 노트북도,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공격? 외계인 침공? 반쯤 농담 삼아 원인을 추측하다가 맥스가 다른 집들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러 잠시 나갔다 온다. 돌아온 그의 말로는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이웃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 창밖으로 내다본 거리에는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답게 행인도 차도 없다. 소설 속 다이앤의 말대로 “자기 휴대폰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뜻밖의 재난 앞에 마비된 인간상
디지털 네트워크가 야기한 역설적 고립과 단절

드릴로는 현대 작가들 가운데서도 그 누구보다 우리의 삶이 과학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 존재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문학적 탐색을 계속해온 작가이다. 대표작 『화이트 노이즈』뿐만 아니라 『제로 K』(2016), 『코스모폴리스』(2003) 등 그의 여러 작품이 냉동인간, 신약, 정보통신기술 등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 불멸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비극적 결과를 다루고 있다. 드릴로에게 기술은 『화이트 노이즈』의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했듯이 “자연에서 유리된 욕망”이다. 그 욕망이 우리를 과연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가 드릴로가 소설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침묵』에서는 공기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삶과 존재를 떠받치고 있던 디지털 네트워크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상황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인한 죽음과 파괴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소설은 거리의 혼란보다는 맨해튼의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 “잘못된 종류의 정상”에 처한 사람들의 즉각적 반응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함께 있지만 각자 고립되어 있다. 비행기 사고를 겪고 우여곡절 끝에 친구인 다이앤과 맥스의 집에 도착한 짐과 테사는 사고의 충격과 피로로 기진맥진해 있지만 한밤중에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맥스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이웃들과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거리를 돌아다녀보기도 하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마틴은 아인슈타인의 원고에서 인용한 문장들을 비롯하여 온갖 말들을 쉬지 않고 쏟아놓지만 앞뒤 맥락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사실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은 마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침묵’이라는 소설 제목이 무색하게 누군가가 끊임없이 떠들고 있지만 무의미한 독백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전세계 사람들을 유례없이 가깝게 연결해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역설적 단절을 초래했다. 수많은 개인이 소리 높여 혼잣말을 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침묵』은 그런 디지털 네트워크가 일시에 사라졌을 때 찾아온 ‘침묵’의 시간을 힘겹게 선문답 같은 대화로, 독백에 가까운 읊조리는 말로, 때로는 그저 텅 빈 텔레비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응시로 채워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파괴된 관계를 복원하는 것의 힘겨움을 보여준다.

노작가가 코로나 시대에 내놓은 문학적 응답
대재난의 한가운데에서 문득 찾아온 기묘한 위로

그러나 고립과 단절만이 전부는 아니다. 도무지 희망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듯한 이 냉정한 소설에서 독자들은 어느 순간 문득 기묘한 위안과 마주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짐과 테사 부부가 병원으로 향하는 밴의 창밖으로 유유히 홀로 조깅을 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 때, 병원 접수 담당 직원이 가벼운 공황 상태로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으면서 스스로 당황스러워하자 테사가 넌지시 “저희는 들으려고 여기 있는 거예요”라고 말할 때, 테사가 감았던 눈을 뜨고 작지만 여전히 확실하게 거기 있는 물건들-문진, 사진 액자, 장난감 택시-을 볼 때, 모두가 독백에 가까울지언정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비로소 꺼내놓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작은 뭉클함은 지금의 우리 상황과 맞물려 더 큰 울림을 자아낸다. 이는 혹독한 시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80년을 넘게 살아온 노작가가 건네는 최선의, 거짓 없는 위로처럼 읽힌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제1부
제2부
옮긴이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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