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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의 겨울 (문진영 단편집)
눈속의 겨울 (문진영 단편집)
저자 : 문진영
출판사 : 실천문학사
출판년 : 20201127
ISBN : 9788939230613

책소개

2009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 으로 제3회 창비 장편 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진영 작가의 첫 단편집 『눈속의 겨울』이 실천문학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2009년 작가의 첫 장편인 『담배 한 개비의 시간』에서 청춘이라는 시기에 몸과 마음을 휩쓸었던 방황과 유예와 같은 존재적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는 자와 고백하는 자의 역할을 두루 맡으며 자기 세대의 자리를 따뜻하게 묘파했던”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흘려간 십여 년의 세월만큼 더 성숙된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주인공들이 20대에서 30대의 미혼으로 성장했지만, 작가의 첫 소설에서 묘파한 방황과 유예와 같은 존재적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젊은 세대의 일상과 꿈을 다룬 「내일의 날씨」, 「눈 속의 겨울」, 「일인용 소파」, 「남쪽의 남쪽」, 「두 개의 방」 과 현대 사회의 가족에 대한 문제가 담긴 「방공호」, 「방공호」, 「딸기맛」,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골든 슬럼버」 , 유일하게 주인공이 중년(그렇지만 미혼)인 「나비야」를 읽다보면 독자는 “작가의 재능과 고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방황과 유예의 시절이 거쳐 간 낮선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문진영의 소설집 『눈속의 겨울』 에 실린 10편의 소설을 편의상 아래의 세 종류로 분류해 볼 수 있겠다.

1. 젊은 세대의 일상과 꿈 이야기
젊은 세대의 일상과 꿈을 다룬 작품들, 즉 「내일의 날씨」, 「눈 속의 겨울」, 「일인용 소파」, 「남쪽의 남쪽」, 「두 개의 방」은 작가의 첫 작품에서부터 견지되어 온 문제 의식을 담은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 젊은 세대의 불안한 삶을 그렸던 김미월 작가처럼 문진영 작가 또한 그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진영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작중 인물들의 ‘방황’과 ‘유예’적 상황을 더욱더 끌고 나온다. 예를 들어, 「눈 속의 겨울」이나 「일인용 소파」처럼 젊은 세대가 처한 고단한 일상만이 아니라, 타지(호주)에 서 살아간다는 상황을 설정함으로서 작중 인물들의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이정표를 암시하지 않고 여백으로써 비워두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들에게 주어진 방황과 유예는 단지 젊은 세대로서 경험하는 것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존재로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자 ‘정답 없는 정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일인용 소파」는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유일하게 ‘액자식 구성’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호주에 여행을 온 주인공 “나”가 등장하여 이 책의 제목인 「눈 속의 겨울」과 연작소설이 아닌가 할 정도로 유사하다. 두 소설의 주인공 나는 유사한 나이에 유사한 이유로 유사한 남자 친구와 헤어져 호주의 시드니로 떠난다. 전자는 ‘어학 연수생’으로 후 ‘오 페어’로 시드니에 머무르면서 일어난 이야기다. 작가의 체험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 두 작품을 읽자면, 연작소설로 한 권의 작품집을 완성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한편으론 한 욜로족의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도피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호주 행(行)이지만, 그녀들에게는 이 여행이나 체류가 그동안 지금껏 자신에게 무수히 강요되어 왔던 어떠한 지위나 역할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도모하기 위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싶다.

「남쪽의 남쪽」도 방황과 유예에 관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어봤다면, 당신 또한 “네로”라는 인물이 벌이는 기이한 “장례식”에 잠시나마 눈길이 머물렀을 것이다. 주인공인 “나”의 외사촌 형인 “네로”가 치루는 장례식이란 것은 사망한 작가의 책을 불태우는 일이다. “죽은 작가의 책들을 책꽂이에서 꺼내고 나면, 거기에는 적당히 네모난 구멍이 생”기게 되는데, 그 ‘구멍’은 작가의 죽음에 따라 비워지고 메워지는 것을 반복했던 것이다. “네로”의 서재라는 작은 세계조차도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운행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질서는 생과 사의 끊임없는 순환과도 같으며, “네로”는 그에 따라 동일한 의식을 진행하는 일종의 사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촉망받던 그의 이런 변신은 어머니(한 가족)의 상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며, 결국에는 고단한 일상과 “쓸쓸한 기분”을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의식이다 싶다. 또 다른 보통의 인간형을 벗어나는 등장 인물인 “연”의 문신도 이러한 섭리로써 본다면 납득할 수 있다. 마치 겨울을 견디는 나무처럼 앙상한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문신은 어쩌면 “연”의 감춰진 내면의 황량함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작품 말미에서 “네로”는 “연”에게 “잎도 그려. 꽃도 그리고.” “향기 좋잖아.”라고 제안한 것은 밝은 미래가 열려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2. 보통 아닌 가족의 이야기

작가의 작품들에서 공통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유독 문진영 작가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흔히 여기는 일종의 ‘보통 가족’이 드물다. 어떤 가족은 부모가 이혼
을 했고, 아니면 이혼을 해서 혼자 살고 있거나, 또는 방금 살펴본 「남쪽의 남쪽」의 “네로”처럼 가족과 사별한 경우도 있다. 지금은 흔히 있는 1인 가구의 생활도 다루고 있다. 이렇게 가족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가족’이라는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懷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앞서 다룬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도 그러하고, 「방공호」에서 엿볼 수 있는 1인 가구의 세태, 그리고 「딸기맛」에서 자매 중에 막내인 주인공 “나”의 시선을 보면 ‘가족’이라는 문제가 자연스레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가족에 관한 문제 의식을 담은 「방공호」나 「딸기맛」은 작가의 또 다른 문제 의식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흔히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작품들도 있어 왔으나, 문진영 작가의 시선은 ‘가족’이란 무엇인지 직시함과 동시에, 또 다른 가족(「방공호」)을 상상하는 작업의 일환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이 아무리 ‘1인 가구’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족’은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 간의 갈등을 내포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방공호」는 화자의 친구인 X와 그녀의 동생 Y의 자매 관계가 보통의 가족 관계와는 이질적인 관계라 이곳에 분류했지만, 이 소설은 ‘방황’과 ‘유예’라는 젊은이의 일상과 꿈이라는 분류에 넣어도 될 소설이다. 또한 이 소설은 베게트의 희곡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하기도 하며,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인 “그때 삑삑삑삑,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는 장면은 여운이 깊고 울림이 크다. 과연 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며 등장할 사람은 그 방의 주인인 X일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인물의 등장일지 독자의 호기심을 놓아주지 않는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은 라라의 코처럼 연한 분
홍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취
해서인지, 아름다웠다.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북한산 능선 위
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함께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X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때 삑삑
삑삑,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3. 중년의 삶 이야기
‘청춘’을 누리는 젊은 세대들은 장밋빛과도 같은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앞만을 보고 달리지, 정작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중년 또는 노년에 대해서는 다소 무지한 감이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들 또한 어느덧 중년, 더 이후에는 노년이 될 것이고 그때가 온다면 그들도 그 시절을 단지 추억으로써만 음미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청춘’의 아름다움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릴수록 세월의 무게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일 테다. 한층 성숙한 작가는 이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어둡게만 칠하지는 않는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등장하는 중년의 인물들은 여전히 자신들에게도 아직 ‘청춘’다운 면모가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로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등장한 “아빠”나, 「나비야」의 주인공인 “미희”라고 볼 수 있다.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의 주인공 부모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그녀는 이미 아빠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가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아빠”의 새로운 삶이다. “연애”를 하면서도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다는 주인공과는 달리, “아빠”는 청년 못지않게 불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또 자신이 예전부터 꿈꾸었던 자유로운 상을 누리기 시작한다. “그냥 식당 아줌마”가 된 “엄마”와는 완전히 다르다. 공장을 정리한 “아빠”는 “지금은 모 초등학교서 학교 보안관” 일을 하면서 “따뜻한 손”을 가진 “동거녀”와 함께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아빠”의 제2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는 주인공의 시선에서는 처자식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거부감이라든지, 아니면 새 인생을 축복해준다든지 하는 감정은 배제되고 그저 기계처럼 건조할 뿐이다.

「나비야」는 중년이지만 아직 미혼인 미희는 “간호사로 20년을 일했”고, “나머지 20년은
보건소에서 일했고 보건소장”까지도 지냈다. 그런 그녀에게 “현장”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장소였다.‘결혼’은 다른 무엇보다 “훨씬 더 미지의 일”에 가까웠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그녀는 적어도 ‘가족 내 역할’이라는 굴레로부터는 조금 자유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내면에 깃든 불안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골든 슬럼버」는 삼십 년의 지하철 기관사로 봉직하며 어머니와 사별했고 동료의 자살도 목격하여 정신건강과 약까지 복용했던 아버지가 직장을 은퇴하자마자 커다란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홀로 인도로 귀환이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버린 아버지가 그때그때 보내주는 “보아라~” 로 시작하는 엽서를 통해 이야기의 한 축을 날로 엮어가고 다른 한 축은 주인공이 승주라는 동기생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로 씨줄로 엮어간다. 인도를 여행하는 아버지는 길 위의 수행자 같아 보이고, 주인공과 승주는 썸타는 사람처럼 미래가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특별히 이 작품과 「남쪽의 남쪽」 만 화자가 남자다.

편의상 위의 세 종류로 여기 실린 10편의 소설들을 분류해 보았지만, 젊은 세대 소설이든 중년 세대 소설이든 평범하고 화목한 ‘보통의 가족’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들을 편의상 이러이러한 부류로 나눈다는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 못 낀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 이 소설집에서 「방공호」, 「남쪽의 남쪽」, 「일인용 소파」, 「골든 슬럼버」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독자들이 직접 읽고 스스로 음미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의 날씨
눈 속의 겨울
방공호
골든 슬럼버
남쪽의 남쪽
나비야
일인용 소파
딸기 맛
두 개의 방

해설 -정재훈
작가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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