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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장편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장편소설)
저자 : 하타노 도모미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20
ISBN : 9788954671316

책소개

스물여섯 살, 나는 하루아침에 홈리스가 되었다.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삼아 녹진한 리얼리티로 그려낸 청년 빈곤의 풍경.

돈이 없다.

수십 군데의 회사에 지원해서
채용된 곳은 단 한 군데였다.
그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조건을 따지지 않으면 일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살 곳과 입을 옷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해의 마지막날, 나는 홈리스가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 빈곤의 섬뜩함,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
작가의 경험을 바탕삼아 녹진한 리얼리티로 그려낸 청년 빈곤의 풍경.

“빈곤 여성의 현실 그 자체다.”

“하타노 도모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앞일이 자꾸 궁금해져서 흥미롭게 술술 읽었다.”

“극심한 빈곤의 상황을 섬뜩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낸 점에 전율하며 읽었다.”

“때로는 분노하고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감동하며 읽었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신을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돕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홀로서기라는 풍랑 위에서 부유하다 빈곤의 낭떠러지까지 떠밀린 청년의 삶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십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한 계약직 여성이 실직 후 홈리스로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과 여성 빈곤, 사회 안전망 바깥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일일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상, 빈곤 여성의 일상, 가정붕괴와 복지제도의 문제점이 실감나게 와닿는 건 작가의 경험에서 기반한 것일 테다. 보통의 일상에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내면과 절망적 심정을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처절한 현실과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는 ‘미즈코시 아이’.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다. 경력이 있으니 이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갑질·성희롱·열악한 근무환경·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곳을 피하고 보니 거짓말처럼 시간은 흘러 백수인 채 실업급여 수령 기간이 끝나버렸다. 여름은 선풍기로만 버티고, 초겨울 감기에 약도 안 사 먹고, 내다팔 수 있는 건 죄다 팔아 돈을 마련해 근근이 생활했지만, 도미노 무너지듯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결국 집세를 내고 나면 밥을 먹지 못할 형편에 이른다. 26세 계약직 여성 미즈코시 아이는 그렇게 홈리스가 된다.

살 곳과 입을 옷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오늘날 일본에서 아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집세보다는 식비를 선택해야 한다. (46p)

만약 원피스를 사지 않고 1만 엔을 잘 간직했다면 홈리스가 되지 않았을까. 파견사원 시절에 구두도 가방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온천 여행도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연립주택에서 살 수 있었을까. 친구들도 안 만나고 일만 해야 했을까. (208p)

당분간 의지할 곳 하나 없을까 싶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러한 사정을 온전히 이해해줄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재혼한 아빠와는 절연 상태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들이 얄팍하게만 느껴지고, 친구의 질문 공세나 어쭙잖은 동정에 시달리느니 24시간 만화 카페로 향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보금자리의 무너짐과 인간관계의 헐거움까지 직시한 채 주인공은 한두 철 옷가지만 겨우 챙긴 여행가방을 끌고 길 위에 홀로 선다.

‘배고파’ 정도의 가벼움으로 ‘죽고 싶다’를 느낀다
인간의 마음을 좀먹고 젊음을 늙게 만드는 빈곤의 섬뜩함

주인공은 만화 카페에서 생활하며 일일 아르바이트에 나간다. 창고나 공장에서 아동복 재고를 파악하거나 핸드폰 상자를 조립하고 일당을 받는 일이다. 춥고 곰팡내 나는 공간에서 현장감독의 삼엄한 감시 아래 정해진 시간 외에는 화장실에도 가지 못한다. 사무직으로 일할 때 단순노동자들을 부러워했던 일이 얼마나 기대와 다른 것인지 실감한다. 내심 그 단순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자신은 여기에 잠시 머물 뿐이라고 위안해보지만, 그들에게는 학력이 없어도 살 집은 있으리라는 사실에 홈리스인 주인공은 더욱 비참함을 느낀다. 편의점 음식과 패스트푸드만 먹고, 제대로 된 기초화장품도 쓰지 못하고, 손빨래한 소맷부리는 다 해지고, 그사이에 인상은 매서워졌다. 몇 달만 고생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듯했던 세계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수프 그릇과 포크를 든 손은 건조하고 주름이 늘어 노인의 피부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상했다. 마유도 비슷했기 때문에 보통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스물세 살이라는 거짓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안 통했다. 가난이 우리를 늙게 만든 것이다. (137p)

눈앞의 길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은 강처럼 보인다. 이쪽에 있는 세월이 길면 길수록 강물이 불어나서 다리는 휩쓸려가버린다. (277p)

홈리스 생활이 예상 외로 길어지는 와중에 주인공의 내면과 판단력은 갈수록 중심을 잃어간다. 자기위안과 자기부정을 반복하고, 과거를 곱씹으며 자책과 원망에 빠지고, 자신에게 득이 될 일과 해가 될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 삶은 단순하지 않으며 길 위의 나날은 더욱 그러하므로 어느 때보다 자기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지만, 극심한 빈곤은 인간의 곳곳을 좀먹어갈 뿐이다. 누구라도 한순간에 보통의 일상을 잃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빈곤의 무서움이 섬뜩하게 와닿는 대목이다.

빈곤은 결국,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정한 신이 되어주는 연대와 희망의 길

주인공은 길 위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빚쟁이에 쫓겨 사라진 남편 대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사치’, 자신을 강간한 친부를 피해 집을 나와 거리에서 살아가는 16세 ‘나기’. 작품 제목의 ‘신’은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잠자리나 돈을 제공하고 데이트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들을 가리키는 일본 사회의 은어다. 홈리스가 된 주인공에게도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이러한 유혹의 손길들이 뻗쳐온다.
가정에서도 거리에서도 여성을 향한 폭력과 성착취가 만연한 와중에 사회의 법과 제도조차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길 위의 여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살하는 일은 너무도 흔해 사건으로조차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던 주인공은 마침내 깨닫게 된다. 자신을 지켜줄 진정한 ‘신’은 저 남자들이나 경찰들이 아닌, 이 길 위의 여성들임을. 서로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주는 여성들의 연대임을. 그리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음을. ‘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제목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십 년 후에 나, 살아 있을까?” 나기는 이렇게 말했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기도 아는 것이다. 아직 열여섯 살밖에 안 된 나기는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다. 죽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신’을 찾고 있다. (214p)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되겠지만 인생에는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걸 망각하면 돈도 벌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298p)

더불어 이 소설에서 눈여겨볼 점은 주인공의 이름이 호명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공적이거나 친밀하지 않은 사이라면 서로를 성으로 부르고, 가까운 사이라면 이름으로 부른다. 주인공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미즈코시’라는 성으로 불리고, 홈리스가 되어 길에서 만난 이들은 그녀를 ‘아이’라고 친근하게 불러주지만 의심과 배신의 경험도 맛보게 하며, 그후 철저히 혼자가 된 그녀는 어느 것으로도 호명되지 않는다. 빈곤과 단절이 이름마저 지워버린다. 작품은 이를 통해 사회의 안전망 바깥에서 지워진 이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신을 기다리고 있어
옮긴이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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