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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 (장정희 장편소설)
옥봉 (장정희 장편소설)
저자 : 장정희
출판사 : 강
출판년 : 2020
ISBN : 9788982182686

책소개

종남벽면현청우(終南壁面懸靑雨) 종남산 허리에 푸른 빗줄기 걸렸네.
자각비미백각청(紫閣?微白閣晴) 이쪽엔 빗방울 날리건만 저쪽은 맑게 개었네.
운엽산변잔조루(雲葉散邊殘照漏) 구름 흩어진 사이로 햇살이 새어 나오니
만천은죽과강횡(漫天銀竹過江橫) 하늘 가득 은빛 댓가지 강을 가로지르네.

_이옥봉, 「비(雨)」
: 허균은 자신의 책 『성수시화』에서 이 시를 보고 감탄하여 평하기를 “기발하고 고와서 분내를 단번에 씻었다”며 자신의 누이 난설헌과 나란히 일컫는 데 주저하지 않음.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인 장정희의 장편소설 『옥봉』은 천부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생을 살다 간 조선 중기 시인 이옥봉의 이야기이다. 조선 시대 대표적 여성 시인인 허난설헌, 황진이, 이옥봉. 그들은 모두 주옥같은 시를 남겼지만, 정작 그들의 내밀한 사적 생애의 자취는 하나같이 안개 저편에 흐릿하게 가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이옥봉은 가장 불행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여성이다. 가혹한 가부장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이옥봉의 천부적 재능은 차라리 저주받은 축복이자 형벌이었다. 서녀로 태어나 소실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이옥봉은 결국 자신이 쓴 한 편의 시로 인하여 사랑하는 남편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반상(班常)과 남녀의 구분이 엄혹한 조선 시대. 선조 때 옥천 군수를 역임했던 이봉의 서녀로 태어난 옥봉은 어려서부터 시 짓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스스로 이름을 옥봉(玉峰)이라 짓고, 소실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학식과 인품이 뛰어난 남자 조원의 곁에 있겠다고 결심한 여인.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인조 8년인 1630년, 조원의 아들 조희일은 진하사進賀使로 명나라를 찾았다가, 거기서 명의 원로대신이 소장하고 있던 서모 이옥봉의 시집을 접하게 된다. 옥봉의 시는 조선보다 외려 대륙에서 더 크게 이름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고 믿는 시대에 그녀의 시적 재능은 오히려 발목을 옥죄는 커다란 족쇄가 됐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옥봉은 조원의 소실로 들어가 사는 조건으로 ‘함부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약조해야만 했다. 파당의 시대에 행여 여성이 집안에 해가 되거나 누가 되는 글을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대신 소장을 써주게 되면서 옥봉은 임란 직전 남편으로부터 내쳐지게 된다. 그 후 종적이 묘연해져 어떻게 살다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당신들은 내게 시를 ‘재앙’이라 말하지만, 그건 틀린 말입니다. 내게 시는 오로지 나의 존재 증명이자 여자로서, 서녀로서, 소실로서 살아야 했던 내 생의 전부를 내건 발언이고 항변이고 싸움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그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그런데도 내 시가 그토록 불경했단 말입니까? 시를 짓는 일이 그토록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왜? 왜? 내가 여자라서요? 아니면 서녀라서요? 그것도 아니라면 소실이라서요? 그랬기에 시 짓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단 말입니까? _본문에서

피눈물을 꾹꾹 눌러 담아 한 자 한 자 써나간 시. 불행하게 살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여인에게는 삶의 지팡이가 되어준, 목숨보다도 귀한 ‘시’가 있었다. 그녀는 불행한 시대와 비극적 운명에 휘둘렸으나 끝내 패배하지 않았다. 길고 긴 겨울 같았던 삶, 두서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스러지는 육신 속에서도 옥봉은 시린 아픔이 배어 있는 귀한 시들을 남겼다. 벼랑 끝과 같은 빈천의 늪에서 소식 없는 조원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고 고요하게 적어 내려갔을 시.

근래안부문여하(近來安否問如何)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찌 지내시나요?
월백사창첩한다(月白紗窓妾恨多) 창가에 달빛 비치면 가슴속 한이 넘쳐납니다.
약사몽혼행유적(若使夢魂行有跡) 꿈속의 내 몸, 발자국을 남기게 했다면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 그대의 집 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_이옥봉, 「스스로 탄식하다(自述)」.

여염에 갇힌 채 위로는 조상을 받들고 아래로는 후사를 이으며 차별과 억압을 견뎌야 했던 500년 전 여인들의 삶. 온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온점을 찍듯 눌러쓴 시. 수백 년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옥봉의 생애가 소설의 옷을 입고 작가 장정희의 손끝에서 『옥봉』으로 재탄생한다.

처음 시를 몸에 감고 물에 빠져 죽은 여인의 이야기를 접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일었다. 그게 사실이든 신화적인 상상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때는 반상(班常)과 남녀의 구분이 엄혹한 조선 시대. 왕실의 계보를 잇는 집안에서 서녀로 태어나 시 짓기에 뛰어난 재능으로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짓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남자를 선택해 그의 첩으로 살았던 여인.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고 믿는 시대에 여인의 재능은 커다란 족쇄가 됐다. (……) 온갖 사회의 족쇄와 제약으로 입이 틀어막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여인들의 삶은 어떠했을 것인가. 지금껏 여성으로서 비교적 무탈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내게 불행하게 살다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친 여인의 삶은 좀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화두였음에 틀림없었다. 그랬음에도 나는 운명에 고전하였으나 끝내 패배하지 않은 여인의 삶을 대변하고 싶었다. 여인에게는 흔들릴 때마다 삶의 지팡이가 되어준, 목숨보다 귀한 ‘시’가 있지 않았던가. _‘작가의 말’에서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괴이한 소문
손안의 구슬
댓잎에 일렁이는 바람
우물 안의 개구리
차라리 소실로 가겠어요
원앙이 짝을 지어 날아오르다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
재(才)가 승(勝)하니
평생의 이별, 뼈저린 한이 되어
불우(不遇)한 삶, 불후(不朽)한 시

작가의 말
참고 자료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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