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
저자 : 김동현
출판사 : 한그루
출판년 : 2019
ISBN : 9788994474762

책소개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동현의 비평집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텍스트와 매체를 통해 제주를 살피는 30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제1부 ‘제주, 환상을 겨누다’에서는 제주4ㆍ3, 제주해녀, 재일제주인, 그리고 지역어로서의 제주어를 다루고 있다. 제2부 ‘지역,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다’에서는 제주4?3문학, 지역으로서의 제주, 제주 이주 현상, 원도심에 담긴 문학을 살핀다. 제3부 ‘지역의 언어와 지역의 상상’에서는 김수열, 고시홍, 김동윤, 이종형, 김창생 등 제주를 기반으로 한 작가들의 텍스트를 분석하는 글과 촛불문화제, 제주4?3 추모모임 참석기 등의 리뷰를 모았다.
이 비평집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중앙과 지역의 지리학, 특히 제주4?3을 관통하는 정신과 해석,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이라는 명명(命名) 뒤에 자리한 제주의 민낯과 현실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제주를 찾는다. 하지만 그 환상의 이면에는 난개발로 얼룩진 제주의 풍경, 잘려나간 비자림로의 나무들, 아픈 강정과 최근 도청 앞 천막에 이르기까지,‘비통의 언어’를 촉발하는 욕망이 가득하다.
저자는 그러한 제주의 모습을 텍스트의 안과 밖에서 부지런히 살피고, 드러내고, 발언하고 있다. 많은 글들을 “싸우듯이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비통의 언어는 응전과 저항의 언어가 되어 환상과 욕망을 지우고자 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내 글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짱돌’이었으면 했다. 벽은 높고 단단했다. 내가 던지는 ‘글’은 벽을 넘지 못했다. 아예 벽에 닿지도 않을 때가 많았다. 9회 말 패전처리 투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승부가 결정 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심정이었다. 힘없는 문장은 무기력했고 나는 자주 절망했다. 하지만 공을 놓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 손에 쥐어진 문장을 오랜 시간, 더 단단히, 뭉쳐야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 책에 묶인 글들은 제주로 돌아온 지난 4년 동안, 내가 던진 ‘문장’들이다. 몸을 던진 날들이 적어 부끄럽다.

제주에 와서 나는 두 개의 환(幻)과 대면했다. 제주의 바깥이 만들어 놓은 환(幻), 그리고 제주가 스스로 만든 환(幻). 여기 실린 글들은 그 환(幻)과 대결한 기록들이다. 외부의 환(幻)보다 내부의 환(幻)과 다투는 일이 더 버거웠다. 환멸(幻滅)의 감상(感傷)이 아니라 환(幻)을 멸(滅)하는 마음이었다. 많은 글들을 싸우듯이 썼다.

제주는 섬이다. 그게 섬사람들의 ‘삶의 조건’이다. 흔히 뭍의 시선과 섬의 그것과의 차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점의 분할이 아니라 선과 면의 접합이기 때문이다. 제주를 바라보는 내부식민지적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실은 오랫동안 외부의 차별적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한 ‘만들어진 전통’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적 욕망도 결합되어 있다.

비자림로를 확장한다면서 삼나무를 베어냈다. 수령 30-40년은 족히 넘는 나무들이었다. 5분 빨리 가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수백 그루의 나무들을 잘라냈다. 드론으로 촬영한 비자림로의 벌목 현장 사진이 한동안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시민들이 비자림로에 모였다. 바느질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트럭을 동원해 경적을 울리며 그들의 모임을 방해했다. 마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을 ‘외부인’들이 방해한다는 게 그들의 이유였다. 때아닌 삼나무 유해론도 등장했다. 삼나무 꽃가루가 아토피와 비염을 일으킨다는 거였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위로부터의 개발’ 계획에 제주의 지식인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제주도종합개발계획부터 시작해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이르기까지 ‘발전’은 하나의 당위였다.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게 목적인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서울의 욕망을 ‘욕망한’ 제주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물론 저항도 있었다. 저항의 이력이 정계 입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권력에 쉽게 무너졌다.

제주를 상상할 때 뭍과 섬의 시선이 동시에 빠지는 오류가 있다. 그것은 제주를 단일한 표상으로 상상한다는 점이다. 왜곡과 저항이 모든 차이를 균질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폭력의 동시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주는 지주-소작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계급·계층적 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상상’한다. 제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육지에서 파견된 관리들로부터 일상적 착취와 수탈을 받아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시각은 ‘모변’으로 기록되어 있는 1813년 양제해 의거와 1898년 방성칠 난, 1901년 신축항쟁의 전개 과정을 잠깐만 보더라도 오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의 실정을 모르는 관리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던 ‘상찬계(賞贊契)’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권력의 위계는 일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들은 지역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배인들과 ‘전략적’ 친밀 관계를 유지했다. 현기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걸 연줄삼아 원 자리 하나 엽관해 보려는 속셈”을 지닌 현실적 이해관계였다. 어쩌면 지역이야말로 가장 첨예한 현실적 욕망들이 부딪히는 삶의 현장인지 모른다. 로컬을 바라보는 일은 그래서 우리의 욕망, 그 민낯의 그림자와 만나는 일이었다. 이 글이 ‘작은’ 차이의 봉합이 아니라 작은 ‘차이’의 다름을 말하는 일이었으면 했다.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들을 한데 묶다 보니 비슷한 부분도 더러 있다. 생각을 더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동어반복이라고 이해했으면 한다. 명색이 비평집인데 문학 텍스트를 분석한 글이 적다. 비평이 텍스트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결과지만 비평가의 책무를 다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보다 성실한 비평의 자세를 다짐해 본다.

책을 묶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큰일을 겪었다. 2018년 7월 부산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천만다행으로 회복됐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쓰고 싶다…’였다. 하늘이 다시 기회를 줬다고 믿는다. 병원에서 부산의 선후배들에게 큰 신세를 졌다. 서정원 형의 보살핌이 컸다. 응급실로 실려 왔을 때 곁을 지켜준 임성용 소설가와 부산의 청년작가 회원들, 김지운 감독, 김수우 시인. 그리고 객지에서 쓰러진 후배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제주의 선배들.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예스24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부 ‘제주’, 환상을 겨누다
박제된 기억과 순수의 정치학_국가는 제주 4·3을 어떻게 부르는가 14
해녀는 어떻게 말해지는가 27
1964년 작 영화 〈해녀〉가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감추고 있는 것 47
‘재일제주인’들은 어떻게 불려졌는가 79
표준어의 폭력과 지역어의 저항 112

2부 지역,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다
야만과 광기, 악의 일상을 견디기 위한 지역의 응전_제주 4·3항쟁과 문학 138
‘예외지대’의 탄생과 식민성의 이식 157
변방의 상상과 전복의 가능성_‘지역’을 사유하는 또 다른 방법 169
서울의 정치가 아닌 지역의 정치를 위해 197
‘문화’의 귀환과 ‘문화-정치’의 복원 210
문화 이주에서 문화적 삶으로 218
장소와 기억의 고고학_원도심이라는 문학 235

3부 지역의 언어와 지역의 상상
변방의 시선으로 건져 올린 찬란한 일상_김수열, 《물에서 온 편지》 260
망각에 저항하는 말들의 귀환_고시홍의 《물음표의 사슬》이 묻고 있는 것 277
사월을 산다는 것이 아닌 한다는 것의 의미_제주 4·3 69주기 추념 시집 《사월 어깨너머 푸른 저녁》 286
슬픔의 뿌리가 피워 올린 짙은 서정의 비명_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294
작지만 큰 문학, 세계를 품다_김동윤, 《작은 섬 큰 문학》 302
풍경의 발견과 서정의 확대_김영란, 《꽃들의 수사》 307
목소리(들)의 귀환_김수열, 허영선, 장일홍의 시와 소설들 318
슬픔도 백 년 동안_故 문충성 시인을 기리며 326
고향으로 돌아온 ‘재일’ 2세의 삶_김창생,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334
슬픔으로 벼린 환한 칼날_메도루마 ?, 곽형덕 역, 《어군기》 340
불가능의 가능성과 공감의 서사_김연수, 《원더보이》 345
종횡무진의 ‘식도락’, 삶을 노래하다_강우식, 《꽁치》 362
어둠으로 말하는 작가, 정영창 372
골방의 예술에서 길 위의 예술로 378
저항의 섬 제주에서 밝힌 촛불 383
일본 도쿄 제주 4·3 69주년 추모모임 참석기 397
재일제주인, 항쟁을 말하다_4·3진상규명 운동사의 오래된 진지, 일본 406
‘신생’의 매혹과 갱신의 매력 413

참고문헌
찾아보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QuickMenu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