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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 (현대음악에 나타난 상호텍스트성 미학)
문화 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 (현대음악에 나타난 상호텍스트성 미학)
저자 : 오희숙
출판사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출판년 : 2022
ISBN : 9791155505076

책소개

“엄청난 미학적 사건”
하나의 음악 텍스트가
또 다른 음악 텍스트와 맺는 관계에 대하여

단순 오마주도 문제적 표절도 아닌
현대의 ‘음악적 인용들’이 구상해온
새로운 콘텍스트의 의미를 탐사하다

처음 듣는 음악인 듯한데 귀에 익은 리듬과 멜로디가 섞여 흘러나와 발걸음 멈춘 적 없는가. 관심 가라앉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유명 음악가의 표절 논란에 예술에서 과연 독창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궁금해해본 적 없는가.
기존의 음악적 재료들을 창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인용음악(Musical Quotation)’이란 한 흐름이 음악사엔 존재한다. 옛것의 활용ㆍ변형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이 음악적 인용의 기원은 단선율의 그레고리오 성가가 오르가눔(Organum)ㆍ모테트(Motet)ㆍ미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 이러한 인용기법이 작곡의 중심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는 주장도 함께한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이어지는 시기의 인용음악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이들의 미학적 성취를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의 관점에서 분석해낸 결과다. 옛 악곡과 새로운 창작곡 사이에서 형성되는 음악적 관계성의 미학에 대한 학술적 탐사인 셈이다. 출처를 밝히는-주(註)라는-가시적 레이블이 부재하는 음악의 영역에서, 표절 아닌 인용이 나름의 예술적인 창작 방식으로 수용되어간 역사와 이론적 토대 그리고 그 현대적 실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참조점을 제공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스물일곱 번째 책.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의 문제의식, 음악 텍스트들의 새로운 관계성

음악작품 창작에서 작곡가들이 무엇보다 고심하는 부분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18세기 서양음악사에 가장 중요한 미학적 강령으로 등장하는 ‘독창성 미학’은 여태까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새로운 어떤 것(Einmaligkeit)을 추구했다. 이는 예술음악의 본질적 특성이자 서양음악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양상은 변화한다. 새로움에 집중하던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 기존하는 음악재료를 새로운 창작에 활용하는 과감한 시도들이 빈번하게 나타난 것이다. 나아가 이런 분위기는 점차 음악계의 중요한 특징으로까지 부상한다. 옛것과 새것이 겹쳐져 탄생하는 ‘음악적 콜라주.’ 이것은 결국 현대 음악미학의 새로운 관계성(상호텍스트성)에 대한 숙고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이러한 음악적 인용이 단순히 기법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예술 본연의 문화 맥락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음악가들이 어떤 작품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빌려온다면, 그는 단순히 선율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문화적 연상(함축)작용까지도 함께 가지고 오는 것”(멧처D. Metzer)이기 때문이다. 인용과 상호텍스트성의 개념에 더해 문화(적 상징)라는 키워드가 이 책의 중심 주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먼저 ‘인용음악’과 ‘상호텍스트성 미학’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토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구체적인 작품 연구를 통해 개별 사례들을 살펴나간다.
제1부에서는 상호텍스트성의 이론과 미학 그리고 인용음악의 역사를 폭넓게 조명한다. 우선 문학에서 나타난 상호텍스트성 이론을 엘리엇T. S. Eliot, 바흐친M. Bakhin, 크리스테바J. Kresteva, 바르트R. Barth, 컬러J. Culler, 블룸H. Bloom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음악적 인용과 포스트모더니즘 미학과의 관계 속에 투영시켜 관련 논의들을 재점검하였다. 상호텍스트성의 음악적 적용 문제는 ‘기호학적 의미론(해튼R. S. Hatten)’, ‘내러티브 이론(클라인M. Klein)’, ‘음악에 대한 음악(아도르노Th. W. Adorno)’, ‘메타음악(다누저H. Danuser)’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짚어냈다. 특히 제1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서양음악사에서 인용음악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부분이다.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오래된 예술적 조류의 의미와 맥락을 여기서 간취해볼 수 있다.
제2부와 제3부에서는 각각 11명의 현대 서구 작곡가와 10명의 한국 작곡가의 대표작들을 주제화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나간다. 쿠르탁G.Kurtag에서부터 케이지J. Cage, 크럼G. Crumb, 베리오L. Berio, 록버그G. Rochberg, 슈톡하우젠K. Stockhausen, 침머만B.A.Zimmermann, 스트라빈스키I. Stravinsky, 아이브스Ch. Ives와 말러G. Mahler까지. 그리고 김택수에서부터 이경미, 신지수, 이인식, 정태봉, 이신우, 이돈응, 이혜성, 나운영, 김성태까지다. 연구대상 선정에는 인용음악의 특성 및 음악사적 의미를 고려하였고, 논의 순서는 최신 작품에서 과거 작품으로 역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호텍스트성의 세계 속에서 시간 진행은 일직선적이 아니라 쌍방향이거나 보다 자유롭게 개진되기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문화 상징으로서 인용음악의 의의

구체적인 작품 연구를 통해 저자는 인용음악에서 상호텍스트성의 미학이 복합적인 층위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며, 이는 최종적으로 ‘문화적 상징성’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의의를 다음의 네 가지 차원으로 정리한다.

-문화적ㆍ인문학적 의의
첫째, 음악적 인용은 무엇보다 문학과의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문학이 함축하고 있는 문화적ㆍ인문학적 의미를 드러내 보여준다. 상호텍스트성의 미학을 자유로이 구가했던 작곡가들은 탁월한 문학적 소양의 소유자들이었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서 다채롭게 소환해냈다. 예컨대 베리오가 자신의 작품에 연결한 사무엘 베케트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와 레비스트로스의 『날것과 익힌 것』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시, 침머만이 《위비왕의 만찬을 위한 음악》에서 관계 맺은 쟈리A. Jarry의 『위비왕』, 록버그의 《마술극장을 위한 음악》에서 구현된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와 보르헤스의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이들은 ‘아구스티누스의 시간철학’, ‘신비주의’, ‘숫자 상징’, ‘형식주의 문학이론’ 등 다양한 사상과 사조를 자신의 음악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인용음악은 다양한 문학가ㆍ철학자들과 사상적으로 조우하고, 예술적으로 대면하고 대화하면서 창출되는 문화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대변자
둘째, 음악적 인용은 역사와 시대의 대변자 역할을 맡는다. 보통 사회상을 반영하는 음악의 특성은 리얼리즘 미학을 통해 활발하게 논의되곤 한다. 그러나 음악적 인용을 통해서도 이러한 측면은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다. 이는 손탁B.Sonntag이 슈톡하우젠, 노노L. Nono, 헨체W. Henze, 카겔M. Kagel 등의 콜라주 음악에서 ‘이데올로기적ㆍ문화비판적ㆍ정치적’ 의미를 읽어내고, 쿤C. Kühn이 인용의 역할을 논하는 가운데 “특정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Zitat als Auslöser bestimmter Assoziation)”과 “기록으로서의 역할(Zitat als Dokument)”을 지적하는 맥락과 관련이 있다.
이 책에서도 분석했듯이, 크럼이 작품 속에서 베트남전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나운영이 6.25전쟁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작품에 반영해낸 것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들이다. 또한 김택수는 인용을 통해 현대사회의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었고, 베리오는 마틴 루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신지수는 한국 여성 피아니스트의 문제를 인식시켜주었다. 이처럼 인용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대를 담아내는 저장고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용은-이론가 테르네A.Ternès가 제시했듯이-“문화적 기억의 형식으로서 상호텍스트성 미학”의 특징을 또렷이 드러낸다.

-독창성 미학으로부터의 해방과 성찰적 대화
셋째, 인용음악은 독창성의 미학에서 해방되는 돌파구를 열어주고, 이를 통해 기나긴 예술음악의 역사를 성찰하며,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역사와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라고 말한다. 블룸이 말한 “영향의 불안”에서 벗어나 예술가는 인용을 통해 옛 전통과 대화하면서 역사에 대해 성찰한다. 그리고 그 성찰을 작품 안에 담아낸다. 예를 들면 말러에 대한 여러 작곡가들의 의미심장한 오마주와 같은 사례들이다. 추모와 헌정의 마음이 작품 속 의미의 심층을 더욱 밀도 높게 만드는 것이다. 쿠르탁 또한 음악사 속 선배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현했고, 케이지 역시 장구한 오페라의 역사에 대해 성찰했다. 슈니트케도 교향곡의 전 역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담화와 대화의 방식은 상호텍스트성 미학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

-음악적 정체성의 제고
넷째, 특히 한국 음악에서 인용은 우리네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저자는 제2~3부를 거치며 서양과 한국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상호 비교하면서 독특한 차이점들을 발견해낸다. 무엇보다 서양의 인용음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 미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양식의 일환이거나 작곡가들의 개성적 표출로서 전개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인용음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와 그리 큰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슈니트케나 록버그 등에서 보건대, 서양 현대음악에서는 음악의 내재적 흐름과 구별되는 이질적인 단편들이 인용되면서 작품의 유기적 흐름이 단절되는가 하면, 양식적 다원주의가 자주 발견되었다. 하지만 특히 정태봉이나 이인식, 이혜성 등에게서 인용은 양식적 다원주의 대신 한국의 문화와 상징을 강조하고,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이 의식적으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민요나 대중음악을 활용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서양의 예술음악을 다양하게 인용한 경우(신지수와 이신우)도 있지만, 이들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적 다양성보다는 순수 미학적ㆍ사회학적 의미 차원에 보다 큰 관심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사회적 맥락(한국 기독교계 또는 피아노 음악계)에 관여되어 있다. 즉, 한국 현대음악에서 음악적 인용은 서양음악을 수용한 한국 작곡가들이 외적 환경과 자신의 고유한 뿌리 사이에서 파생하는 고민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미학적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책머리에
프롤로그

〈제1부 이론적ㆍ미학적 논의〉

제1장 문학에 나타난 ‘상호텍스트성’의 이해
제2장 음악적 ‘인용’의 개념과 역사
제3장 인용음악과 포스트모더니즘 미학
제4장 상호텍스트성의 음악적 적용

〈제2부 예술가의 자의식과 역사에 대한 성찰
: 서양 현대음악에 나타난 인용음악〉

제1장 오마주와 자기회상
: 쿠르탁의 《야테콕》(1973-2010)과 《짧은 성무일과 현악4중주 op. 28》(1989)
제2장 유럽 오페라 역사에 대한 성찰
: 케이지의 《유로페라 1 & 2》(1985-1987)
제3장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양식적 다원주의
: 슈니트케의 《교향곡》(1974-1983)과 《현악4중주 제3번》(1983)
제4장 신비주의와 베트남전쟁
: 크럼의 《검은 천사》(1970)
제5장 말러 그리고 ‘물’과 ‘죽음’의 세계
: 베리오의 《신포니아》(1968)
제6장 『황야의 이리』와 아르스 콤비나토리아
: 록버그의 《마술극장을 위한 음악》(1967)
제7장 음악으로 세계 통합하기
: 슈톡하우젠의 《텔레뮤직》(1966)과 《국가》(1966/67)
제8장 인용으로 구현한 ‘공 모양의 시간’과 ‘풍자의 세계’
: 침머만의 《위비왕의 저녁식사를 위한 음악》(1968)
제9장 전통의 패러디와 비개성의 미학
: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1920/1949)
제10장 선구자 1-미국적 정체성과 다원주의
: 아이브스
제11장 선구자 2-다원주의 세계로의 첫걸음
: 말러

〈제3부 한국적 정체성과 서양 예술문화 사이에서
: 한국의 현대음악에 나타난 인용음악〉

제1장 전체주의의 소환과 학창시절의 추억
: 김택수의 《국민학교 판타지》(2018)
제2장 실존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 이경미의 첼로를 위한 《‘대답 없는 질문’에 대한 질문》(2018)
제3장 풍자와 패러디로 구현된 피아노 음악 박물관
: 신지수의 《정신분열적 토카타》(2014)
제4장 아리랑의 상호텍스트성
: 이인식의 《정선 아라리》(2011)과 《서울아리랑 랩소디》(2011)
제5장 역사의 저장과 기억
: 정태봉의 《경복궁》(2010)과 《영산강》(2011)
제6장 모차르트를 통한 신앙 고백
: 이신우의 《바이올린 판타지 제2번 ‘라우다테 도미눔’》(2006)
제7장 창호문과 베토벤
: 이돈응의 인터랙티브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헤이리 프로젝트》(2006)
제8장 동학혁명과 미래의 꿈
: 이혜성의 《바이올린 협주곡 ‘새야새야‘》(2003)
제9장 선구자 1
: 나운영의 《교향곡 제1번 ‘한국전쟁’》(1958)
제10장 선구자 2
: 김성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194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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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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