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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과 깡통의 궁전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아편과 깡통의 궁전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저자 : 강희정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년 : 20191019
ISBN : 9791156121510

책소개

페라나칸의 치열하면서도 고단한 삶을 통해본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華人사회의 역사

말레이반도 서북부의 작은 섬 페낭은 동양의 진주로 불린다. 말래카해협에 자리 잡아 한때 동서 바닷길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영국 식민지풍 건물과 개발의 주역인 중국풍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2008년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베트남의 푸꾸옥, 필리핀의 클락과 더불어 동남아 여행의 ‘신 트로이카’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가 건설된 이래 이곳 지역사회의 주역은 중국계 이민들이었다. 이들은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태어난 자’란 뜻인 ‘페라나칸’이라 불린다.
이 책은 1786년에서 1930년대 말까지 페낭섬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에서 생겨난 화인사회에 관해 ‘아편-주석-고무’라는 키워드로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사회의 역사적 편린을 더듬어 본 것이다. 흔히 ‘동남아에서 중국계의 입김이 강하다’면서도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는 동남아 화교들의 삶이나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우리 시각으로 찬찬히 살핀 저서가 드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값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미술사가의 ‘외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다

지은이는 중국미술사를 전공한 미술사가이다. 대학교에서 동남아 문화와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지역사를 다룬 이 책은 미술사가의 ‘외도’라 할 수 있다. 페라나칸 미술을 연구하던 지은이는 이름 없는 페라나칸들의 삶에 주목했다. 구체적인 삶의 역사가 누락된 문화 연구나 문화 담론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의문을 품고 페라나칸 미술과의 대화를 뒤로 미룬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약 4년간 수차례 현지답사와, 중국과 일본의 관련 저서는 물론 영국인 식민지 행정관의 기록을 비롯한 구미 학자들의 선행 연구를 섭렵한 끝에 페라나칸의 역사에 관한 종합적 조감도를 그려냈다.
화교와 화인, 페라나칸, 외지의 중국인은 오늘날 국민국가의 서사와 민족주의의 편향성 아래 이야기될 뿐, 디아스포라의 전망이나 지역사의 관점에서 특정 시기, 특정 장소의 화인사회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었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화인/화교를 바라본 관점은 문화적 중국인이란 고유성, 현지와의 혼종성 여부, 세계화시대의 탈국경과 탈민족주의 흐름 속에서 이들이 본토 중국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게 될 것인지 단편적으로 전망되어 온 정도이다.
화인 페라나칸이란 사안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동남아 각국에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기존 연구 대부분이 단편적 주제나 특정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비추어 이 책의 종합적?체계적 연구는 우리 사학계의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아편과 주석, 고무를 축으로 한 생생한 드라마

18세기 후반부터 150여 년간 페낭은 상업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산업혁명의 세계화가 맞물린 현장이었다. 지은이는 ‘돈이 열리는 나무’ 아편팜, ‘백색 골드러시’를 일으킨 주석, ‘근대 산업의 근육’ 고무를 키워드로, 페낭의 성쇠 과정, 중국과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등 화인사회의 역사적 축도를 보여준다.
아편은 징세청부제로 자본을 축적하고 비밀결사를 통해 자치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제국 속의 제국’을 형성했던 페낭 혁명의 시대의 상징이었다. 주석은 중국 남부의 가난한 농민들을 불러들이는 한편 중국계 거상들이 부상하는 ‘페낭 자본의 시대’를 끌어냈다. ‘악마의 밀크’라는 고무의 개발로 유럽 자본이 침투하면서 기존 거상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제국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반도에서 거대한 지역 교역망을 형성했던 중국인 이주자들의 구체적 삶을 다층적으로 구성해냈다. 화인사회의 지도자인 ‘카피탄 치나’에 처음 임명된 중국 복건성 출신 거상巨商 코라이환에서, 오늘날 페낭의 명물인 ‘페라나칸 맨션 뮤지엄’이 된 ‘궁전’을 지은 ‘주석왕’ 청켕퀴, 1907년 화인 최초로 말레이국연방 입법위원이 된 룡피까지 신화적 부를 쌓은 인물들이 명멸한다. 여기에 아편팜 주도권을 둘러싼 비밀결사 건덕당과 의흥회의 혈투며 아편과 ‘광산매점’에 노동력을 수탈당했던 중국인 쿨리와 저자?仔들의 땀과 눈물, 매음굴의 ‘여인관’의 참상, 노예에 가까운 중국인 하녀 무이차이들의 한숨 등 피와 땀, 욕망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다.

일국사를 넘어선 독특한 시각

동남아 각지의 화인사회가 대체로 지역마다 자율적인 공동체를 구성했으며, 부를 기준으로 분절된 위계적인 사회였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서양 제국주의자나 현지의 토착 권력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어떻게 구축했고, 중국인 이주민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꾸렸는지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보다는 중개인middlemen이자 매판 권력의 하수인, 혹은 현지 토착민의 중간 착취자란 관점이 유지됐다. 언어와 제례 등 중국의 전통 문화를 고수하거나 현지에 동화되어 중국계라는 희미한 과거만을 기억하는 종족 집단으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동남아 각지에 산재한 화인사회를 해당 지역의 ‘일국사一國史’ 내지 국민국가 서사의 일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동남아 화인 연구의 문제점을 미시사, 인류학,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와 ‘장기 지속’ 개념 등으로 돌파해보려는 시도가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선행연구들에 힘입은 바 크다.
지은이는 화인 엘리트들의 욕망과 별도로,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숱한 밑바닥 화인들의 삶이 드러나도록 애썼다. 여기서는 이를 우유와 크림으로 구분했다. 기존 연구들이 대체로 ‘크림’의 서사였다면, 이 책은 미분리된 우유로서의 화인사회를 보고자 했다. 기존 동남아 화인사회 연구는 이방의 중국인 이주자들이 현지의 비중국인과 어떤 관계였는지를 중시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왕궁우가 통찰력 있게 지적했듯이 페낭이란 독특한 영국 식민지의 화인사회는 중국인과의 관계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주를 이뤘다고 본다. 페낭과 페낭 화인권에서 화인사회는 실로 중국인 간의 관계가 비중국인과의 관계보다 훨씬 비중이 큰 역사를 형성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이 책의 차별성이다.

신남방정책의 디딤돌을 놓으며

2017년 정부가 천명한 신남방정책은 동남아 정책에서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경제적 교류에서 동남아와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교류로 관계의 밀도와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집단인 화인사회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이 핵심 과제가 된다.
페낭 화인권을 구축했던 페낭 화인사회의 역사적 경험은 신남방정책을 구체화하고 현지로 다가가는 외교적 노력에도 시사하는 바 작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동남아와의 관계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동남아 지역 내에서의 역학 관계 역시 고려해야 신남방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훨씬 높여줄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은 성장 삼각지대IMT GT(Indonesia-Malaysia-Thailand Growth Triangle)라는 지역 경제권 구상을 2000년대 후반에 천명하고 추진 중이다. 이 성장 삼각지대의 허브가 페낭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세기에 말라카해협 북단에서 페낭의 화인사회가 정치적 영토를 넘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경제권을 주도했던 ‘페낭 화인권’의 역사적 경험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신남방정책 또한 지역 경제권 구축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고, 그 성장 삼각지대의 허브인 페낭 화인사회 연구는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독자의 사고 지평을 넓혀주는 것에 대해 현실적 가치도 있다 할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제1부 아편 권하는 사회

1장 영국 식민지 페낭의 탄생
페낭 점령의 ‘졸렬함’
자유주의란 이름의 ‘해골정부’
자유항과 자유이민|징세청부제|행정 없는 ‘해골정부’

2장 아시아인의 도시 조지타운
방치된 ‘자유방임’
다인종 다문화의 항구도시

3장 페낭 화인사회의 형성
교역하는 디아스포라와 페라나칸 화인
‘카피탄 치나’ 코라이환
상商과 공工, 그리고 방?
페낭 빅 5와 ‘쿠콩시’
화인사회의 정부 ‘비밀결사’

4장 아편과 쿨리
돈이 열리는 나무 ‘아편팜’
‘새끼돼지’ 또는 쿨리
쿨리와 악마의 연기

제2부 깡통과 거상의 시대

5장 흑과 백, 쌍둥이 골드러시
주석을 품은 페낭의 아편팜
엘도라도 혹은 ‘페낭 화인의 식민지’|주석-쿨리-아편팜 시스템
페낭 아편팜에 포획된 쿨리
죽음에 이르는 배부름|‘광산 매점’의 비밀

6장 ‘페낭 화인권’과 페낭 화인
말라카해협 북부의 지휘부, 페낭
말레이의 정치 속으로: 페낭과 페락|건덕당의 지부: 페낭과 푸켓|‘돈의 땅’과 객가 3인방: 페낭과 메단
‘확장된 가족’: 페낭 화인권의 혼맥

7장 비밀결사 시대의 종언
1867년 페낭 폭동
화인보호관제, ‘우유에서 크림을 걷어내다’
표류와 좌초 사이: 평장회관
주석 시대의 두 권력: 쿠톈테익과 청켕퀴

8장 페낭의 ‘벨 에포크’
열세 살 메단 소녀가 본 페낭
‘적수공권’의 거부 신화
아편과 깡통의 궁전

제3부 고무바퀴 아래의 페낭 화인사회

9장 페낭 화인권과 ‘악마의 밀크’
고무, ‘근대 산업의 근육’
유럽 자본가와 인도인 노동력
해협 북부 경제권력 이동
페낭 화인권의 포획과 상전商戰

10장 ‘테스토스테론’의 화인사회와 여성
여성노예와 ‘여인관’
소녀 저자?仔 무이차이
‘둘랑 워셔’의 다른 이야기
아마, 삼수이, 호커, 여공

11장 상상된 ‘말라야’와 화인의 정체성
영국의 ‘해협화인 정체성’
중국의 ‘해협화교 정체성’
바바의 ‘페라나칸 정체성’
‘페낭 디아스포라’와 아편반대운동
또 하나의 정체성 ‘페낭 디아스포라’|‘민족적 시위’ 아편반대운동
기로에 선 1930년대 화인사회

에필로그: ‘아편과 깡통의 궁전’과 페라나칸
주석
참고문헌
부록: 페낭 화인 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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