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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라프로쉬망을 꿈꾸다 (문화사와 지성사에 대한 12편의 에세이)
역사, 라프로쉬망을 꿈꾸다 (문화사와 지성사에 대한 12편의 에세이)
저자 : 곽차섭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년 : 2022
ISBN : 9791156122135

책소개

‘역사하기’의 본질에서 ‘도시의 신화’ 깨기까지
역사보다 흥미롭고 역사학보다 진지한 성찰

사학사와 문화사, 지성사를 다룬 12편의 역사 에세이이다. 주제를 보면 언뜻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듯싶지만 아니다.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서양사 분야에서 남다른 학문적 성과를 쌓아온 지은이가 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근 30년에 이르는 지적 여정에서 골라낸 글들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전공하고자 하는 젊은 학생부터 ‘역사 덕후’까지 도움이 되고 관심을 자아낼 이야기가 보석처럼 박혀 있는, 묵었으되 낡지 않은 포도주 같은 에세이집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역사학의 본질은 문학ㆍ철학ㆍ과학의 화해
지은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E. H. 카의 유명한 명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역사는 ‘대화’가 아니라 화해 또는 화합 상태를 뜻하는 라프로쉬망이란 관점에서 역사를 대한다. 역사학의 본질은 역사는 문학/예술과 철학(윤리학) 그리고 과학의 조화 또는 그 접점에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역사는 그리스 신화의 뮤즈들의 하나인 클리오가 아닌 클리오들의, ‘대화’가 아닌 ‘투쟁’이다. 역사학은 문학의 한 분야가 아니며 또한 과거의 예를 통해 도덕적 교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며 역사의 본질, 실증사학ㆍ아날학파ㆍ미시사 붐 등 사학사의 흐름을 짚는다. 여기에 역사소설의 글쓰기와 그 속의 ‘민중’을 성찰하는 글이 1부에 담긴 4편의 글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겪은 수난
문화사에 얽힌 소재를 다룬 3편의 글이 실린 2부 ‘일기ㆍ여성ㆍ미술’은 한층 흥미롭다. 일기가 언제부터, 어떻게 미시사의 소재로 ‘대접’받게 되었는지 살피는가 하면 그리스의 헤타이라와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코르티자나란 고급 매춘부를 들어 매춘의 도덕성,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섹슈얼리티의 주체성을 살핀다. 그러면서 고대 그리스의 헤타이라-16세기 이탈리아의 코르티자나-18세기 프랑스의 살롱 여주인-20세기 말 능력을 갖춘 싱글 여성이야말로 서양 역사상 가장 ‘자유로웠던’ 여성의 계보라는 도발적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심판〉이 1564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덧칠을 하기로 결정되어 1994년 복원되기까지 수난을 겪은 사실을 다룬 글도 눈길을 끈다. “군주의 채찍”이라 불린 당대의 인기 문인 아레티노의 비판이 큰 몫을 했으며 그가 어떤 사심을 품고 비평을 썼는지 등 흥미로운 문화사가 펼쳐진다.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고?
서양 지성사에 큰 흔적을 남긴 《헤르메스의 서》를 둘러싼 위작 논쟁, “가장 존경받는 파시스트 심령 지도자들 중 하나”로 꼽히는 율리우스 에볼라 등을 다룬 글 5편의 에세이가 담긴 3부는 지성사에 관한 것이다. 포칵과 스키너, 큉, 버나드 루이스 등 석학을 다룬 글도 신선하면서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지만 무엇보다 무릎을 치게 만든 글은 ‘자유도시의 신화’를 깨뜨리는 글이다. 중세 이탈리아 사례를 중심으로, 자유도시는 주변의 농경 지역인 ‘콘타도’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농노 개인이 해방되었다는 것은 봉건영주의 지배로부터 도시 코무네의 지배 아래로 들어왔음을 의미했단다. 여기에 ‘도시’와 ‘시민’의 존재가 동서양의 차이를 낳았다는 것 역시 오리엔탈리즘의 또다른 모습이란 지적에 이르면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은이는 서양 사학사에서 고전기와 르네상스기의 역사가들은 역사학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강조했다며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이 책은 여전히 재미있고 유익하다. 우리가 혹은 역사학이 어떤 길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면서 다채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덕분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책을 펴내면서

1부 사실의 행위에서 가치의 행위로: 라프로쉬망으로서의 역사

1. 뮤즈들에 둘러싸인 클리오-세기말 서양 역사학과 문학의 라프로쉬망
역사학의 문학적 전통|랑케와 아날학파|미시사의 도전|라프로쉬망
2. 역사소설, 미시사, 새로운 글쓰기
만초니에 기대어|사실 조각, 해석, 역사가의 책임|미시사와 새로운 글쓰기|역사소설과 실험적 글쓰기
3. 민중은 비운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만초니의 《약혼자》
잊힌 민중을 역사로 불러오는 두 갈래의 길|역사소설 속의 민중: 도구인가 주체인가|민중의 비운을 극화한 만초니|역사 속의 민중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4. ‘클리오들’의 투쟁-서양 근대사에서의 역사가와 이념
역사학: 가치인가 사실인가|르네상스의 역사 서술|종교개혁과 역사 투쟁|계몽주의와 새로운 문명사|랑케 역사학의 이중성|역사하기는 가치의 행위이다!

2부 일기ㆍ여성ㆍ미술: 몇 가지 문화사적 문제

5. 일기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이론과 실제
일기란 무엇인가|일기의 발명과 변천|자아, 내러티브, 일기|일기와 미시사
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헤타이라와 코르티자나의 역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여성의 자유: 헤타이라와 코르티자나|자유의 한 역설
7. “고결한 주제, 음란한 언어”-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관한 아레티노의 비평
미켈란젤로와 〈최후의 심판〉|아레티노와 미켈란젤로|〈최후의 심판〉에 대한 아레티노의 비평: 프롤로그|〈최후의 심판〉에 대한 아레티노의 비평: 테코룸의 문제|르네상스의 종언

3부 콘텍스트 속의 텍스트들: 지성사의 이론과 실제

8. 문화적 콘텍스트에서 본 위작 문제-《헤르메스 서書》의 기원에 대한 논쟁
《헤르메스 서》|《헤르메스 서》의 전승과 비판|위작 문제의 복잡성
9. 율리우스 에볼라와 근대 세계에 대한 반란
율리우스 에볼라|에볼라의 지적 궤적|‘근대 세계에 대한 반란’: 전통 v 근대|‘근대 세계에 대한 반란’: 니힐로서의 근대|에볼라와 파시즘|에필로그
10. 자유도시의 신화와 도시 이데올로기-13~14세기 유럽 도시와 콘타도
도시, 자유, 신화|도시 v 콘타도|봉건제로서의 중세 도시|도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11. 언어와 저술 의도-포칵과 스키너의 정치사상사 방법론
콘텍스트로서의 텍스트|몇 가지 기본적 개념 틀|전통적 방법론에 대한 포칵과 스키너의 비판|포칵의 대안: 언어적 패러다임의 발견|스키너의 대안: 저술 의도의 복원|포칵과 스키너의 방법론에 관련된 문제들
12. 지구윤리, 문명충돌, 역사가의 비전
큉 v 헌팅턴|버나드 루이스: 문명충돌론의 원류|문화 혼종과 교차: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소통과 공존의 장으로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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