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한밤의 시간표 (정보라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 (정보라 연작소설집)
저자 : 정보라
출판사 : 퍼플레인(갈매나무)
출판년 : 2023
ISBN : 9791191842517

책소개

《저주토끼》 2022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보라의 신작 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는 《저주토끼》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정보라의 신작 소설집이다. 부커상 소식 이후 지금까지는 그동안 정보라가 써왔던 기존 작품들이 다시금 조명을 받은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지금의 정보라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다.

현실과 환영이 뒤섞이고, 인간과 비인간이 교통하는
한층 더 진화한 정보라식 환상 괴담

“결말을 알 수 없는, 한없이 이어지는 스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소문.” ─ 강화길

“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민담을 구술하는 듯한
막힘없는 전개에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김보영

《한밤의 시간표》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상한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연구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과 그곳에서 보관하는 물건들에 얽힌 일곱 편의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구소에는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 있다. 그 수칙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은 직원들은 그에 맞는 응당한 결과를 맞이한다. 한편 연구소 소장품들이 지닌 각기 다른 기묘한 사연들도 있다.
그(것)들의 이야기는 한여름 밤 더위를 가시게 만드는 오싹하고 무서운 괴담이면서도 동시에 슬며시 온기가 도는 이상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정보라 특유의 저주와 복수의 테마에 담긴 선악에 대한 엄정함뿐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에까지 뻗치는 온정 어린 시선 덕분일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로 자아내는 기이한 위로.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기묘한 돌봄을 실천하는 이상한 연구소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줄거리]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가 출근하는 연구소에는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 있다. 정체불명의 평범한 남자가 안내하는 한마디를 그대로 따르면 된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손수건
“무서운 이야기 좋아해요?” 첫 출근한 ‘나’에게 ‘선배’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하얀 바탕에 꽃이 핀 나뭇가지와 그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수놓아져 있는 손수건. 이 손수건에 얽힌 “새롭고도 오래된 가족 드라마”.

저주 양
연구소에 근무했던 직원 ‘DSP’가 겪은 이야기. ‘DSP’는 정장을 입은 평범한 남자의 안내를 무시하고, ‘들어오면 안 되는’ 곳에서 연구소 소장품 중 하나를 훔친다. 그 후 ‘DSP’는 온갖 기괴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양의 침묵
연구소에 있는 양 그림이 그려진 운동화는 ‘부소장’의 물건이었다. 양의 저주가 서린 이 운동화는 어떻게 ‘부소장’의 손에 들어와 연구소에 오게 된 걸까? 운동화가 품고 있는 양의 저주, 혹은 구원에 관한 이야기.

푸른 새
야간 순찰을 끝내고 직원실로 돌아온 ‘나’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 책에는 오래전 어느 나라가 멸망했을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멸망한 나라의 마지막 후손과 이를 증명하는 ‘손수건’에 얽힌 저주와 복수의 이야기.

고양이는 왜
연구소의 206호에는 ‘나’가 연구소로 데려온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묻는다. “그런데 나를 왜 죽였을까?” 그 의문에 답하지 못하고 ‘나’는 되묻는다. “나랑 같이 갈래? 네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

햇볕 쬐는 날
연구소의 밤을 지키던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낮에 출근한다. 그날은 연구소의 물건들이 햇볕을 쬐는 날이다. 연구소에서 보살핌을 받던 물건들에 깃든 존재들은 때가 되면 햇볕을 쬐는 날, 떠난다. 그리고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고, 그렇게 직원들은 “생명 없는 존재”를 지키는 업무를 이어간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 저주가 내릴지니

초기 환상문학 단편들을 엮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에서부터 ‘복수 전문 작가’라는 별명을 붙여준 《저주토끼》까지, 정보라는 자신의 작품세계 안에서 저주와 복수라는 테마를 끊임없이 다뤄왔다. 정보라 소설 속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는 저주와 복수의 원리는 세상 모든 것이 바른 데로 돌아가게 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순리다. 악한 행위를 한 자들은 저주와 복수를 통해 응당한 결과를 맞이한다. 그리고 《한밤의 시간표》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저주와 복수의 테마는 이어진다.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에는 야간 순찰을 도는 직원들 앞에 불규칙하게 부정기적으로 나타나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통행을 제지하는 누군가가 있다. 직원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고, 그 말을 따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이 강제력 없는 느슨한 금기가 이 기묘한 연구소의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소장님이 나타나서 막아줄 것이다. 그것은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지만 연구소에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 45쪽,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한편, 연구소의 직원들은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순찰 근무를 한다. 박혜진 평론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연구소는 “학문의 공간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낮’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한밤’의 연구소에는 문학적 정의가 필요하다.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는 “밤이 오면 그제야 존재하기 시작하는 비존재들의 장소”이자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연구소의 사전적 정의가 ‘낮’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구소의 문학적 정의는 ‘밤’에 이루어집니다. 《한밤의 시간표》에 등장하는 연구소는 밤이 오면 그제야 존재하기 시작하 는 비존재들의 장소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나는 사 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246쪽, 〈작품해설: 연구소에 밤이 오면〉

‘시간표’는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이 힘을 못 쓰고 저주와 마법, 환상이 지배하게 된 한밤의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규칙이다. 낮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시간표’라는 규칙은 물건들에 깃든 비인간 존재들이 주인공이 되는 한밤에는 아주 최소한으로만 허용된다. 그래서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근무하는 직원들은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복도를 그저 순순히 돌며, 설령 말도 안 되는 것을 보았다고 해도 “그냥 없는 척, 모르는 척”하며, 주어진 일(“반복적으로 잠긴 문들을 확인하는”)을 해야 한다. 한밤의 연구소에서 인간이 ‘시간표’나 ‘안전수칙’을 어기고 무언가를 하려 할 때, 그것은 저주가 되어 되돌아온다. 〈저주 양〉에서 한밤을 틈타 사적인 욕망을 채우려 한 DSP가 겪은 일처럼 말이다.

거대한 흰 운동화 발뒤꿈치가 다시 DSP의 머리를 노리고 쫓아왔다. DSP는 무시무시한 운동화 뒤꿈치를 피해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려 했으나 뒤에는 하얗고 단단한 벽뿐이었다. 그가 들어왔던 열린 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 123쪽, 〈저주 양〉

연구소의 직원들이 겪은 일들뿐만 아니라 연구소의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들 또한 마찬가지다. ‘부소장’의 곁에 있게 된 ‘양’은 부소장을 해하려는 남자를 벌주었고, ‘손수건’은 나라를 멸망케 한 이들에게 복수를 가져다주었다. 물건들에 얽힌 저주는 생의 의지를 지닌 약자와 소수자에게는 되레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한 자에게는 다정한 미래를, 악한 자에게는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는 것. 그것이 정보라의 작품세계에서 저주와 복수가 작동하는 원리다.

무섭고 기이한 저주와 복수의 세계에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민과 돌봄의 미래로

《한밤의 시간표》 속 이야기들이 모두 저주와 복수가 서린 기기묘묘한 괴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의 터널이나 〈저주 양〉의 계단 등 오싹하고 소름 돋는 공포를 선사하는 탁월한 호러의 순간들이 담겨 있지만,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두려움과 긴장감 뒤에 따라오는 안도감과 더불어 따스한 햇볕을 쬐는 것 같은 온기가 스민다.

그러나 지금 고양이는 햇빛 아래 느긋하게 온기를 즐기고 있다. 그 옆에는 부소장님의 양이 있다. 털 동물들은 친하게 잘 지낸다. 햇볕 쬐는 날에 함께 밖에 나오면 고양이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양을 핥아준다. 햇볕을 쪼이며 앉아 있는 양의 등에 고양이가 기어 올라가 행복하게 낮잠을 자기도 한다.
─ 227쪽, 〈햇볕 쬐는 날〉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는 귀신 들린 물건들이 즐비하고, 존재하지 않는 복도나 계단이 수시로 나타나며, 잘못하면 기괴한 환영과 환청을 보고 듣게 되는 괴담의 공간이다. 한밤에 연구소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연구소의 규칙을 따라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딛고 생의 의지를 다지는 이들에게 연구소는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앞날을 선물한다. “밤에 애들이랑 같이 집에서 푹 자는 게 꿈”이라고 했던 숙은 그 꿈을 이루며 연구소를 그만두었고, 학대와 차별로 범벅된 아픈 과거를 가진 성소수자 찬은 자신을 이해해줄 연인 각을 만나 다정한 미래로 나아가게 되었다.

찬은 각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씩 천천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뒤에 찬은 비로소 상처 속에 잃어버린 자기 삶의 일부를 애도하며 좀 더 자신을 잘 돌보는 다정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 23쪽,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한밤의 시간표》를 다 읽고 나면 무서운 괴담이 끝없이 이어져 나올 것만 같던 기괴한 연구소가 어느새 약하고 상처 입고 잊힌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연민으로 기묘한 돌봄을 실천하는, 조금 이상하지만 다정한 장소로 다가올 것이다. 인간들이 저지른 이유 없는 악의로 다치고 죽은 약한 이들을 잠시 돌보아주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연민과 돌봄을 실천하며 무너진 자신의 삶도 재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정보라가 그려온 세계는 선악과 정의가 뒤틀린 세계에서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저주와 복수를 행해야 했다. 그리고 〈저주토끼〉의 결말이 보여주듯, 뒤틀린 세계에서의 저주와 복수는 또 다른 저주를 낳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밤의 시간표》에서 정보라는 뒤틀린 세계 속에서도 다친 이들에게 쉴 자리를 내어주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민과 돌봄의 세계를 그려낸다. 괴담보다 더 괴담 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도 억울하게 죽은 비인간 존재들을 기리고 약자와 소수자가 앞날을 도모할 수 있는 밑받침 같은 공간을 그려낸다. 생과 사의 경계에 위치한, 사자死者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모아놓는 유실물 센터 같은 이 연구소가 더 이상 소용하지 않길 바라면서.

“뭘 남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떠나는 게 최고예요.”
선배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게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깨끗하게 떠날 수 있었다면 이 연구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224쪽, 〈햇볕 쬐는 날〉

“《한밤의 시간표》는 내게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
정보라가 작정하고 쓴 ‘진짜’ 귀신 이야기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한밤의 시간표》를 쓰는 일이 “계약이나 마감의 굴레가 딸려 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고 회고하며, 귀신 이야기를 쓰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밤의 시간표》에는 쓰는 이가 진심으로 즐기면서 쓴 이야기의 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귀신 이야기 혹은 무서운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귀신 이야기가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추리나 스릴러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추리나 스릴러가 아닌 “진짜 귀신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연구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연결성을 가지는 연작소설 형식이다.

《한밤의 시간표》는 나에게 계약이나 마감의 굴레가 딸려 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 귀신 얘기를 마음껏 책 한 권 분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
나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니라 진짜 귀신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까 짧은 이야기들이 모인 형태가 되었다. 연구소의 방마다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 236~241쪽, 〈작가의 말: 귀신 이야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저주토끼》의 부커상 최종후보 소식 이후, 새로 쓴 단편을 지면에 공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엮어낸 단편집들이었다. 《한밤의 시간표》는 사실상 아주 오랜만에 책으로 출간되는 정보라 작가의 신작인 것이다.
부커상 소동 이후로 작가로서의 정보라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보내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순수하게 창작의 즐거움을 누렸다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짓고 소설을 써온 작가의 깊은 뿌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밤의 시간표》는 주변의 소란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색깔을 고수하면서도 선명한 변화가 느껴지는 신작이다. 정보라라는 이름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면서도 지금껏 정보라 소설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는, 정보라 작품세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손수건
저주 양
양의 침묵
푸른 새
고양이는 왜
햇볕 쬐는 날

작가의 말│귀신 이야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작품 해설│연구소에 밤이 오면 ─ 박혜진 문학평론가
추천의 말│강화길, 김보영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QuickMenu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