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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풍경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4,나이듦에 직면한 동양의 사유와 풍속)
노년의 풍경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4,나이듦에 직면한 동양의 사유와 풍속)
저자 : 김미영|이숙인|고연희|김경미|황금희|조규현|박경환|임헌규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년 : 2014
ISBN : 9788967351335

책소개

‘늙음’과 ‘노년’의 올바른 이해, 옛 선인들을 통해 살피다!

『노년의 풍경』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현실화 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각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나이듦’과 ‘노년’에 대한 연구를 함께했고, 개인의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선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늙음을 둘러싼 오래된 고민과 경험을 통해 노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 그림, 풍속, 고전작품 등으로 늙음의 모습을 통해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의 노년을 살펴 동양의 노년 풍경을 살펴보았다.

우리 선조들은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고자 했을까. 83세까지 살며 최장수 임금으로 기록된 영조는 소식과 금주를 통해 장수를 다스렸고, 산수화, 아집도, 풍속도 등의 그림과 장현광의 《노인의 사업》, 《노령의 인사》 등 문학작품 속의 노인은 탄식과 희화보다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생일에는 국수를 먹고, 불사의 과일이라 여기는 장수의 상징 복숭아 등 장수와 노년을 무언가로 상징하려 했고, 일본에서는 액년을 경계하고 나이듦을 축하하는 문화를 통해 노년을 지내는 방식에 여러 가지 태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잘 사는 ‘웰빙(Well-being) 못지않게 잘 늙어가는 ’웰 에이징(Well-aging)‘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어야 되는 것일까. 동양의 옛 사람들은 청춘이 지나가며 맞이하는 생물학적인 늙음으로 인한 심신의 쇠잔을 아쉬워하면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했고, 이 책의 저자들은 늙어감은 결코 쓸모없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년의 마지막은 결국 죽음이지만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늙어감‘으로써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훌륭한 죽음인 ‘고종명’ 즉 하늘이 부여한 천명을 다 살고 죽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늙음과 백발을 막고 내치려 했지만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동양의 인물·그림·풍속·고전 등을 통해 노년의 풍경을 살피다

노년은 과연 현자에 도달하는 길인가
아니면 그 존재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인가
흰머리와 잔주름을 우러르는 속에 감춰진 능멸
노년에 관해 역사가 그려놓은 이중적이고도 모순에 찬 풍경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

마치 연기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앉아 있는 것과 같아서 마주 대한 사람의 안면을 살피지 못하고 담장과 벽이 막혀 있는 것과 같아서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은 이목의 변화이며, 당堂과 뜰을 오르내림에 숨이 가쁘고 응접하여 절하고 읍함에 넘어지는 것은 기력의 변화다. 옛날 들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여 새로 알기를 바랄 수가 없으며 지구知舊의 성명姓名을 모두 잊고 옛날 외우던 문자를 모르니, 이는 정신과 혼백의 변화다. 비록 천만 명이 있더라도 내가 가서 대적하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단단한 뿌리와 마디를 만나도 무뎌지지 않는 재기로 우리 도를 짊어지고 당세를 경륜하며 우주를 담당하고 천지를 잡겠다는 마음과 담력을 떨치고 뽐낼 수가 없으니, 이는 지기과 역량의 변화다.
_여헌 장현광, 「노년의 사업」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다.
_성호 이익, 「노인의 좌절 열 가지」

선생이 처음에는 자신의 재주와 덕을 깊이 감추어, 비록 학문에 정밀했지만 말에나 문자에 나타내지 않았으므로, 그 친구까지도 그가 도학의 선비인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수록 덕이 더욱 높아져서 덕을 기른 지 이미 오래되자 그 정화는 저절로 빛나고 실상은 절로 가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학자들이 많이 모여들어 그를 스승으로 높여 섬겼다. 바른 학문을 밝게 드러내고 후학들을 이끌어 공·맹·정·주의 도가 불꽃처럼 우리 동방을 밝히게 한 사람으로 오직 선생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_『퇴계집』

죽는 것이 서럽지 않고 늙는 것이 슬프다
시간의 흐름은 파멸과 쇠퇴를 가져오며, 모든 신체적 변화에는 소름끼치는 무언가가 있다. 노년에 접어든 자들은 매일같이 쇠하는 기력과 맞닥뜨린다. 시력은 떨어지고 귀는 들리지 않는다. 지적인 능력의 감퇴로 어제 일을 오늘 기억 못 하며, 거꾸로 먼 과거의 일은 또렷이 다가온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이 거울을 보며 자탄하는 말은 노년의 삶과 풍경이 얼마나 어두운 것인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네가 보여준 얼굴이 그 옛날 가을 물처럼 가볍고 밝던 것이 어이하여 마른 나무처럼 축 처져 있으며 (…) 그 옛날 다림질한 비단 같고 볕에 말린 능라 같던 것이 어이하여 늙은 귤의 씨방처럼 되었으며, 그 옛날 부드럽고 풍만하던 것은 어이하여 죽어서 쓰러진 누에의 죽은 것과 같이 되었으며, 그 옛날 칼처럼 꼿꼿하며 갠 하늘에 구름처럼 무성하던 것이 어이하여 부들숲처럼 황량하게 되었으며, 그 옛날 단사丹砂를 마신 듯 앵두를 머금은 듯하던 것이 어이하여 바랜 붉은 빛 해진 주머니와 같이 되었으며, 그 옛날 조개를 둘러 쌓은 성곽 같던 것이 어이하여 들쑥날쑥 누렇게 때가 끼었으며, 그 옛날 봄풀이 파릇파릇 돋아난 것과 같던 것이 어이하여 흰 실이 고치에서 길게 뽑혀나와 늘어져 있는 것과 같이 되었는가?”
이렇듯 비탄을 불러일으키는 노년은 다른 한편으로 누구나 갖는 ‘장수’의 바람으로 인해 행복의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행복지표로 ‘오복五福’을 들었는데, 이는 『서경書經』에 그 기원을 둔다. 즉 오래 사는 복인 수壽, 부유함을 누리고 사는 부富, 큰 우환 없이 건강하게 사는 강녕康寧, 덕을 쌓으면서 즐기며 사는 유호덕攸好德, 주어진 명命을 다하고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고종명考終命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으뜸은 단연코 ‘수壽’였다.
‘100세 시대’라는 말은 요즘 떠들썩한 수사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각 전공 분야의 연구자가 ‘나이듦’과 ‘노년’에 대한 연구를 함께했다. 이 책은 늙음을 둘러싼 오래된 고민과 경험을 통해 노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고자 필자들의 개인적인 목소리는 최대한 낮추고 선인들의 삶과 생각을 주 내용으로 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마다 다양한 인물, 그림, 풍속, 고전작품 등을 통해 늙음의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의 노년 모습까지 동양의 노년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 선인들이 어떤 노년을 보냈으며 그들로부터 배울 지혜와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풍경을 흥미롭게 음미할 수 있다.

선인들은 어떻게 ‘잘’ 살았을까
예부터 사람의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는 ‘인명재천’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기원 가운데에는 장수와 관련된 것들이 비교적 많은데, 특히 장수의 염원을 담은 예술품이 많다. 물건에 ‘수壽’ 자를 새겨 넣거나 십장생(열 가지의 불사장수 상징물) 그림을 그려 넣은 필통, 자수, 도자기 등도 있었다. 또한 조선 왕들의 노년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왕들 가운데 장수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를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장수의 비법을 제시한다. 83세까지 생을 누린 조선 최장수 임금 영조(1694~1776)는 수라상 대신 간소한 밥상으로 소식을 했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며 비단 대신 명주로 만든 이불을 사용하는 등 소박한 생활을 했다. 70세까지 장수한 퇴계 이황(1501~1570) 역시 두서너 가지의 음식과 잡곡밥으로 식사를 했다. 이렇듯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거친 것을 가까이’하고, ‘여유로움’을 가지며 선천적으로 장수할 운명을 타고나지 못했어도 이를 잘 다스리는 ‘양생법’이 필수다.
더불어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명성을 얻은 ‘거장’들이 노년을 사는 방식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관직에 머물며 왕을 보좌한 노장 정치가로 황희와 신개를, 일찍이 은퇴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즐기며 노년을 보낸 김상헌과 이현보의 삶을 제시하며 이 거장들이 각자의 뜻에 따라 어떤 노년을 선택했는지를 제시한다. 동시에 스스로의 늙음에 대해 자신이 아직 젊고 팔팔하다고 여기며 자신감에 넘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젊음을 그리워하고 노년이 된 현재를 안타까워하는 다양한 인물의 사례를 통해 노년을 지내는 방식에 여러 가지 태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과 문학을 통해 보는 노년
제3장은 ‘그림으로 본 노년’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그림에는 많은 경우 노인 남성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산수화, 아집도, 기로회도, 풍속도, 행실도, 초상화, 고사인물도, 신선도 등 다양한 그림 속 등장하는 노년의 모습에는 각각 특색이 있다. 문사들이 모여 시서화를 즐기는 그림인 아집도(아회도)는 그 명칭에 걸맞게 품위 있는 노년의 남성들이 모여 문화 행위를 하는 그림이다. 중국의 ‘상산사호’ ‘죽림칠현’이 대표적이다. 노인들의 모임을 기록한 그림을 ‘기로회도’라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제작한 것이다. ‘기로회’란 70세 넘는 정2품 문관들의 모임으로 이들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이 바로 기로회도다. 이외에 한 남성이 태어나 돌을 맞이하는 장면부터 늘그막에 회혼식을 올리는 장면까지 탄생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생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평생도’, 중국 역사 속 성현들의 행적을 소개하는 고사인물도,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 수노인의 모습을 담은 신선도 등이 있다. 이러한 그림들의 등장인물이 주로 노인이었던 까닭은 노인의 나이가 되어야만 갖출 수 있는 미덕과 학식, 경험, 지혜 등을 드러내고,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자 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노인 자신이 바라보는 노년에 대해 살펴본다. 여헌 장현광은 「노인의 사업」과 「노령의 인사」라는 두 편의 글을 남겼다. 그의 생각에 사람이 노쇠하고 나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따라서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현광은 노년을 탄식하거나 희화화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노년을 비록 몸은 쇠하지만 ‘도道’가 완숙될 수 있는 시기로 보았다. 이옥 또한 「거울에게 묻는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그가 49세 되던 해에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스스로를 객관화시키고 늙음을 받아들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노년 풍경
그렇다면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는 노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자는 중국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늙음이라는 뜻의 ‘노老’의 의미와 그 단어의 활용이 특히 흥미롭다. 老는 부수 ?(늙을로엄)에 이미 늙음의 의미가 있다. ‘생각할 고考’ ‘효도할 효孝’ 자 모두 이에 대한 활용인데, ‘고’ 자는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에서 조상을 생각하다→생각하다의 뜻으로, ‘효’ 자는 아들이 늙은 부모를 업고 있는 모양으로 효도의 뜻으로 정착된 것이다. 또한 중국은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신인 ‘수성’이 있다고 믿는데 민간에서 수성은 노인의 형상, 즉 ‘남극노인’으로 그려진다. 이 노인은 백발에 등이 굽었으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손에는 선도仙桃를 들었고 정수리 부분이 불룩하게 솟은 점이 독특하다. 왕모랑랑은 중국 여신의 대모 서왕모를 일컫는 것으로, 그녀는 불사의 약과 장수의 과일을 지닌 여성 수신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장수를 돕는 음식이라 하여 생일이면 국수를 먹고, 서왕모 전설에 등장하는 복숭아가 불사의 과일이라고 하여 복숭아를 장수의 상징으로 본다. 또한 부모가 66세 생일을 맞으면 ‘육육대수’라고 하여 자식들이 모두 모여 돼지고기를 66조각으로 자르고 생일을 맞은 부모에게 선물로 주며 고기로 함께 식사하는 풍습도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장수와 노년을 무언가로 상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에서는 액년을 상당히 중시한다. 액년은 살아가면서 재액을 만나기 쉬운 나이로, 이때 특별히 몸을 사려야 한다. 반대로 노령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연령인 ‘도시이와이’도 있다. 이렇듯 일본은 액년은 경계하고 나이듦을 축하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재앙을 복으로 역전시키는 민속 의례가 있는데 일본어로는 야쿠하라이(액막이)라고 한다. 이는 액년을 맞이한 사람이 버린 떡을 다른 사람이 주워가면 액년을 맞은 사람은 그 액운을 떨치게 되고 주운 사람에게는 ‘복’으로 바뀌어 온다는 의미를 갖는다. 같은 맥락으로 ‘동전 뿌리기’와 ‘장수전’과 같은 풍습도 있다. 이처럼 일본은 주로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나이에 따라 잘 살기 위한 여러 가지 의례를 거치면서 장수를 염원하며 장수했을 때는 이를 축하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참살이에서 잘 늙기, 그리고 좋은 죽음까지
오늘날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웰빙(잘 있음, 참살이)이다. 그런데 요즘 웰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늙어감well-aging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 걸까? 고대 동양의 사유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아의 완성인 군자와 진인을 향한 여정으로 보았다. 동양의 옛사람들은 청춘이 지나가며 맞이하는 생물학적인 늙음으로 인한 심신의 쇠잔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했다. 늙어감은 결코 쓸모없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장재는 “살아서는 천지에 순응하고, 죽어서는 편안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체력이 쇠잔해지는 것에 대한 장탄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고려 말의 시조시인 역동 우탁은 「탄로가」에서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음과 백발을 막고 내치려 했지만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며 청춘이 자신을 속이고 꽃밭을 지날 때면 죄지은 듯한 늙은이의 안타까운 심경을 읊었다.
도가 역시 죽음과 삶을 단절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장자는 부인상을 당했을 때 돗자리에 앉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 혜시가 이를 나무라자 장자는 “내가 왜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는 애당초 생명도 형제도 기氣도 없었다. (…)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이는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일 뿐이라며 전일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는 죽음과 삶이 결코 나뉜 것이 아니며 가지런히 같다는 인식이다. 더불어 전통 사상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삶의 덕목을 찾아볼 수 있다. 통합과 초월의 삶 다시 말해 도道로 복귀된 삶, 소박하고 유약한 삶, 자애와 검약 그리고 앞서나가지 않는 덕목이 있는 삶, 안빈낙도의 삶 등이다. 노년의 마지막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죽음이다. 늙음을 슬퍼만 하지 말고 스스로가 늙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제대로 늙어간다면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훌륭한 죽음인 ‘고종명考終命’(하늘이 부여한 천명을 다 살고 죽음을 맞이함)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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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책머리에

제1장 조선 노인들의 장수, 그 오래된 염원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제2장 노년의 거장들, 어떻게 달랐나
이숙인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제3장 흰머리와 잔주름의 붓끝에서 피어난 노년의 기상
고연희 연세대 강사

제4장 우러름과 능멸의 삶, 늙음을 받아들이는 법
김경미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교수

제5장 중국, 늙음의 문자와 음식을 통해 드러낸 삶의 염원
황금희 목포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제6장 일본, 액년을 경계하고 나이듦을 축하하다
조규헌 상명대 일어교육과 교수

제7장 늙음이 내뱉는 장탄식, 노경에 접어든 자의 심득心得
박경환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

제8장 좋은 죽음을 향하여 인仁을 임무로 삼고 천하의 골짜기가 되다
임헌규 강남대 철학과 교수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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