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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소설 연구의 방법적 지평
한국고전소설 연구의 방법적 지평
저자 : 박희병
출판사 : 알렙
출판년 : 2019
ISBN : 9791189333188

책소개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나의 공부길을 돌이켜 보면 나는 고전서사 연구로 학문의 기본을 다졌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 역사를 보는 눈을 기르고, 텍스트의 맥락을 정확히 읽어내는 훈련을 해 온 듯싶다. 이 힘이 바탕이 되어 통합인문학을 구상해 사상사 연구와 예술사 연구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책머리에」중에서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의 저자 박희병 교수는 국문학 연구에서 출발해 한국 사상사 연구와 예술사 연구로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해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를 해오고 있는 학자이다.
작년에 간행된 그의 저서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은 요즘 보기 드문 한국학의 대작에 속하며, 석학으로서의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외에도 그는 『한국의 생태사상』, 『운화와 근대: 최한기 사상에 대한 음미』, 『범애와 평등: 홍대용의 사회사상』 등 대단히 독창적인 저서를 통해 문학ㆍ역사ㆍ철학을 가로지르며 한국학 연구자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왔다. 『한국의 생태사상』은 이미 생태주의 방면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으며, 『운화와 근대』는 ‘동아아시아 근대학술고전 100선’의 한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책은 박희병 교수의 학문 도정에서 주로 청년기와 중년기에 쓴 한국고전소설 연구 방면의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박희병 교수는 한국고전소설 연구로 학문에 입문한 학자이다. 소설 연구에서 정초된 연구 방법은 그의 사상사와 예술사 연구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이 책은 박희병 교수의 연구 방법론이 그의 연구 도정의 초기에 어떻게 싹을 틔우고, 형성되며, 뚜렷한 자태를 드러내 갔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단 한국고전소설 연구자들에게만이 아니라 한국학에 종사하는 학자들 일반에게도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의 의의를 몇 가지만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증주의의 극복이다. 저자는 사실을 근거로 삼되 텍스트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해석’의 지평을 적극적으로 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둘째, 텍스트의 오의(奧義)를 총체적으로 해독하기 위해 변증법적 방법론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전연 새로운 작품론을 전개하거나, 중요한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제국주의적 비교문학 연구에 대한 대안적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중국에 대두되고 있는 ‘신중화주의’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선구적으로 시도한 의의가 있다.

2. ‘방법론’의 문제

저자는 어느 특정한 연구 방법론만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배격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법론은 일종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고전소설 연구자가 소설을 연구함에 있어 어떤 방법론을 취할 것인가? 이 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문제의 해명에 일차적인 관심을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연구자의 관심과 연구의 목적이 방법론에 대한 우선적 규정 요인이 된다. 연구를 통해 공동체적 삶과의 접맥, 더 나아가 말의 넓은 의미에서 학문의 사회적 실천성을 담보하려는 연구자라면, 적어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또 자기가 수행하고 있는, 작업의 성격이 갖는 의미를 부단히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외부를 향해서가 아니라 먼저 연구자 스스로의 ‘내부’를 향해 끊임없이 던지지 않으면 안 되는 질문이다: “이러한 연구는 대체 어떤 의의와 함축(현실연관)을 갖는가?” 방법론이 진정으로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재귀적(再歸的) 질문’이 생생하고 절실한 의미를 가질 때에 한해서이다. 그렇지 않다면 방법론의 선택 문제는 자칫 맹목적이거나 현학적인 것이 될 수 있으며, 연구자의 ‘존재론적 무게’가 실리지는 못할 것이다.

3.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에는 한국고전소설에 관한 총론적 성격의 글이 실려 있다. 그중 「한국한문소설 개관」은, 나말여초 이래 조선후기까지 천 년의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한국한문소설의 성립과 발달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그 양식사적 전개를 밝힌 글이다. 「한국고전소설의 발생」과 함께 읽으면 좋다. 한편 「조선후기 한문소설 연구의 전망」 외 3편은, 저자가 1980~90년대에 쓴 한국고전소설 연구 현황에 대한 논쟁적 글이다. 그중에서도 「판소리에 나타난 현실인식―연구사에 대한 방법론적 검토」는 저자가 30대 초반에 쓴 글로, 당시의 주요 선행 연구자인 김동욱, 조동일, 임형택, 김흥규 교수 등이 취한 연구 방법의 의의와 한계를 냉철하게 논했다.
제2부에는 장르론적 접근을 취한 논문이 실려 있다. 그중 「한국고전문학에서 전(傳)과 소설의 관계양상」은 ‘사전(私傳)’과 ‘전계소설(傳係小說)’ 장르의 관계양상을 이론적으로 다룬 시론적 글이다. 이 글에서 개진된 한국 고전소설의 ‘장르운동’에 관한 저자의 주장은, 후에 저자의 『조선후기 전(傳)의 소설적 성향 연구』(1993년)에서 좀 더 정치하게 정립된다. 「한문소설과 국문소설의 관련양상」은, 한문소설의 일종인 전기소설(傳奇小說)과 국문소설의 관련양상을 논한 글이다. 대개 한문소설과 국문소설 장르는 개별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논문을 통해 조선후기 서사문학 내 장르 교섭의 실상이 종합적인 틀에서 고찰될 수 있었다.
제3부에는 문예사회학적 접근을 취한 논문이 실려 있다. 저자가 본서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논문으로 꼽은 두 편이 모두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춘향전』의 역사적 성격 분석」은, 문예사회학적 고찰을 통해 『춘향전』이 조선후기 민중의 최고의 세계관을 담아낸 문제작임을 밝힌 논문이다. 특히 ‘기생’ 신분 춘향의 사회역사적 의미는 오늘날 여전히 주목되는 새로운 해석으로서, 국문학을 넘어 여러 학문 분야 후속 연구들의 입론에 영향을 끼쳤다. 「『청구야담』 연구」는,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으로 조선후기 서사문학(敍事文學)의 보고(寶庫)라고 할 『청구야담』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최초의 연구이다. 이 논문에서 역사적 격변기에 민중적 세계관에 기반해 탄생한 ‘야담계소설(野談系小說)’ 장르에 대한 이론이 정초되었다. 저자는 ‘전계소설(傳係小說)’을 연구하여 『한국고전인물전 연구』(1992년)와 『조선후기 전의 소설적 성향 연구』(1993년)을, ‘전기소설(傳奇小說)’을 연구하여 『한국 전기소설의 미학』(1997년)을 출간한 바 있다. 본서에 이 논문이 수록됨으로써, 한국한문단편소설 주요 세 장르에 대한 저자의 이론적 저작이 모두 출간된 셈이다.
제4부에는 역사주의적 접근을 취한 논문이 실려 있다. 「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은 모두 16세기말~17세기 조선의 역사를 토대로 창작된 문제적 소설이다. 저자는 특히 ‘전쟁’이라는 극한적 현실에 처한 인간의 비극적 실존에 유의하여 세 작품의 한국문학사상 의의를 새롭게 밝힌 작품론을 펼쳤다. 그중 「16?17세기 동아시아의 전란과 가족 이산―「최척전」 고(攷)」는, 그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최척전」의 문예적 성취와 소설사상 의미를 밝힌 논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남북분단 이래의 ‘가족 이산’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수행된 이 연구 이후 「최척전」이 그 시기 한국고전소설 대표작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17세기 동아시아의 전란과 민중의 삶―「김영철전」의 분석」은, 홍세태 작 「김영철전」을 처음 발굴해 학계에 소개한 논문이다. 이 글을 통해 ‘역사소설’로서의 「김영철전」의 의의가 규명되었다.
제5부에 실려 있는 「한국?중국?베트남 전기소설의 미적 특질 연구」는 비교문학적 접근을 취한 논문이다. 15세기 한국의 『금오신화』, 14세기 중국의 『전등신화』, 16세기 베트남의 『전기만록』, 이 세 소설을 대상으로 그 미적 특질을 비교·고찰하였다. 그 결과 동아시아 세 나라에서 공유한 역사적 장르의 하나인 전기소설의 미적 특질이 원리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논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방법론인데, 균형 잡힌 시좌를 취함으로써 비교문학 연구 방법을 갱신하고자 한 의의가 있다.

저자는 서사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 이념,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연구논문들은 공통적으로 전근대시기 한국의 사회역사적 현실과의 긴밀한 조응 속에 탄생한 소설작품과 소설장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고전소설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히는 서사 이론의 정립을 꾀하고, 다채로운 연구 방법을 실험하였다. 한국고전소설 연구의 새 방향을 고민하고 연구 방법의 갱신을 모색하는 오늘날의 신진 연구자들이 눈여겨 볼 지점이 아닌가 싶다.

4. 저자가 읽어낸 『춘향전』

‘춘향’은 창녀일까?
한국고전의 대표작으로 『춘향전』을 빼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춘향전』은 조선후기에 창작된 이래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으로, 현대소설·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작된 작품이다. 『춘향전』이 이토록 사랑받으며 향유되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춘향전』의 ‘춘향’이 신분상승을 꾀하는 창녀라 말한다. 그러나 『춘향전』이 단순히 신분상승을 꾀하는 춘향의 이야기라 한다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민중과 대중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까닭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선후기 이래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향유된 『춘향전』의 힘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다 할 수 있을까?

“춘향의 이도령에 대한 사랑에는 이미 그 자체 속에 현실 부정, 현실에 대한 반항의 계기가 확고히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본서, 423면)

본서에 실린 「『춘향전』의 역사적 성격 분석」에는 한국고전소설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지적 분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한국고전소설을 온당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론’적 모색에 대한 고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매 연구마다 방법론에 대한 고찰과 작품에 즉한 치열한 논증으로써 표출된다. 연구자의 치열한 지적 열정, 고투와 분투가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자의 태도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열망과 희구를 드러냄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온당히 보여주려는 시도에는 ‘과거’ 속에서 ‘현재’를 읽고 ‘현재’ 속에서 ‘과거’를 읽고자 하는 저자의 역사철학이 스며 있다.
사실 한국고전소설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퍽 낯설며, 여백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것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최선의 방법이 없고선 최선의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
자, ‘춘향’은 정말 창녀일까?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온당한 대답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답은 무엇인지,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러한 과정이 대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고심해 나간다면 어떨까 싶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책머리에

제1부 총론
한국고전소설의 발생
조선후기 한문소설 연구의 전망
한국한문소설 개관
판소리에 나타난 현실인식
북한학계 고전소설사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
고전소설 연구의 방법론 검토와 새로운 방향 모색

제2부 장르론적 접근
한국고전문학에서 전(傳)과 소설의 관계양상
한문소설과 국문소설의 관련양상
설화적 상상력과 도학자의 소설적 형상화 -「김하서전」 고(攷)

제3부 문예사회학적 접근
『청구야담』 연구- 한문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춘향전』의 역사적 성격 분석- 봉건사회 해체기적 특징을 중심으로

제4부 역사주의적 접근
16·17세기 동아시아의 전란과 가족 이산- 「최척전」 고(攷)
17세기 동아시아의 전란과 민중의 삶- 「김영철전」의 분석
17세기 초의 화이론과 부정적 소설 주인공의 등장- 「강로전」 고(攷)

제5부 비교문학적 접근
한국·중국·베트남 전기소설의 미적 특질 연구- 『금오신화』·『전등신화』·『전기만록』을 대상으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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