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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무의식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
자본의 무의식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
저자 : 박현옥
출판사 : 천년의상상
출판년 : 2023
ISBN : 9791190413534

책소개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서 통일되었다”
KOREA IS ALREADY UNIFIED
IN A TRANSNATIONAL FORM BY CAPITAL

통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자본에 의해’ 일어난 일이고,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형태로’ 일어난 일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서 통일되었다”
- 민족국가 담론에 갇혀 있는 통일 담론의 근본적인 재성찰, 『자본의 무의식』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통일되었다.” 『자본의 무의식』 전체 내용을 압축한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저자 캐나다 요크대학교 사회학과 박현옥 교수는 남한, 북한, 중국 북동부 세 지역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살피기 위해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인터뷰했다. 그리고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을 분석한 이론들을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엮어, 탈냉전 시기 세계자본주의가 영토 국가를 넘어 ‘사회적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대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펼친 『자본의 무의식-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을 출간했다.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통일되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널리 알려진 탈북 난민들의 발자취를 제외하면, 우리는 한국과 중국, 북한의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과 물자, 생각의 이동을 쉽사리 간과한다. 이 사실은 여전히 냉전적 유산이 지배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명백한 승리감을 보여준다.
……이 책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탈식민주의와 냉전의 역사를 신자유주의적 현재의 역사로 제시한다. 냉전기에는 남북 간 경쟁으로 인해 영토의 통합이 한민족 주권이 지향하는 규범적 전망이 되었다. 이러한 냉전적 처방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자본주의적ㆍ민주주의적 한인들의 통합이 국경을 넘어서서 진행되면서 다시금 기존의 한인들 사이의 종족적ㆍ민족적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_본문 32〜33쪽

세계자본주의는 한반도(한국ㆍ북한ㆍ중국)에서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가? 탈냉전 시기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정전체제와 분단의 상황. 한반도의 통일(unification)을 둘러싼 정치적, 군사적 현실이 엄중한 때에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통일되었다.”는 저자의 첫 문장은 도발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통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자본에 의해’ 일어난 일이고,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형태로’ 일어난 일이다.
통일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일어났다는 말은 통일이 하나의 영토 국가를 이루는 방식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에 걸쳐서 함께 일어났다는 뜻이다. 분단을 영토의 미수복상태로 간주했던 냉전 시기 통일관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통일이 영토가 아니라 ‘사회적 삶’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 남한 북한 중국의 한국인들은 통일된 삶을 살고 있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세 지역의 한국인들은 동일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시장 유토피아’ 속에서 산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사회주의가 약속했던 삶을 시장에서 상품 형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한인들은 긴밀히 통합된 삶을 살고 있다.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은 남한의 저임금 서비스업종에 진출해 있고 이들의 중국 내 빈자리는 북한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통일은 ‘자본에 의해’ 일어났다는 말을 보자. 저자 박현옥은 통일 문제를 냉전기의 남은 과제가 아니라 탈냉전기 지구적 자본주의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자본 축적과 관련해서 남한, 중국, 북한에서 일어난 ‘동시적’ 위기들을 넘어서려는 과정에서 나타난 주권의 트랜스내셔널한 형태이다.
끝으로, 통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저자는 20세기 한반도와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역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일제강점기 한인들이 만주와 주변국으로 이주했던 일을 현재 일어나는 일의 원역사(ur-history)로 간주한다. 하지만 트랜스내셔널 코리아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예정되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단선적 이행의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분석해야 하는 것은 반복이다. 자본주의 위기는 반복되고 그때마다 새로운 정치적 형식, 새로운 유토피아가 만들어진다. 자본의 위기 극복의 노력이 어떻게 다르게 반복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전망(유토피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남북한이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형태로 통일되었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다.
덧붙여서 “이미”라는 말도 한번 보자. 저자의 “이미”는 역사를 시간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의 통일 담론의 역사적 형식을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한국 통일의 원초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의미를 되살리고 싶었던 것 같다. 분단된 한국을 통일하려는 노력은 발터 벤야민이 ‘역사철학에 관한 논문’에서 “파쇄된 것을 전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과 같다. 파쇄된 것은 결코 존재했던 적도 없는 동질적 한국 그 자체가 아니라, 민족의 해방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각각의 주체를 “고립되어 있는 여러 섬들처럼” 파편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한국에 오는 조선족에 대해서는 탈식민주의 ‘배상’으로 문제로, 탈북자에 대해서는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 이렇게 접근하면 이들이 한국인들과 맺고 있는 노동관계(아울러 이 관계에 내재한 모순과 부조리)가 은폐된다. 사실 식민지배의 피해자로서 한국 국적을 요구하는 조선족들에게 국적은 합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또 국경을 넘는 북한 이주민은 ‘자유를 찾아 나선 영웅’이기보다는 ‘일자리를 찾아 나선 무산자’에 가깝다.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를 하나의 ‘사회적 구성’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남한의 노동자(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조선족 노동자, 탈북민 노동자 등의 정체성과 권리를 구분하는 사회적 범주를 넘어서 공동의 지평 위에서 이들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_본문 8쪽

자본의 무의식과 역사적 무의식, 그리고 트랜스내셔널리즘
-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펼쳐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현재는 무엇인가?

저자는 ‘무의식’ 개념을 통해 남한에 온 북한과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말과 단어, 색채와 감각,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상품화의 형태로 추론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의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은 배상, 평화, 인권이라는 맥락에서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조선족이든, 북한인이든, 비한국인이든 관계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동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염려를 드러내는(대변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한계는 이미 자본주의적 논리에 새겨져 있다. 최근의 민주주의적 상상력은 계몽주의, 사회주의 혁명,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자본주의의 오래된 정치적 이미지들을 끌어와 논의하고 있다.
『자본의 무의식』에서 저자 박현옥은 자본주의에 대한 두 가지 대중적인 해석, 즉 세계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로 융합될 때 그것을 자본주의의 승리로 표현하는 것을 비판하고, 또한 매번 새로워진다는 이유로 자본주의를 민주주의로 취급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역사와 역사적 사고의 중요성을 전달하려고 한다.

『자본의 무의식』이라 명명된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문화적 상징화와 이러한 표상(representation)의 이데올로기적ㆍ역사적 성격의 연구를 위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프레더릭 제임슨은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경제의 상징적 표상을 인식하고 현재 억압되고 묻혀 있는 역사의 현실을 포착함으로써 문화와 정치를 역사화한다(Jameson 1981).
이와 유사하게 필자는 이 책에서 무의식 개념을 발전시켜 위기의 경제적 기원과 이 위기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표상을 인식한다. 제임슨이 이데올로기와 문화의 서사들에 초점을 맞춘 것은 서사적 범주로서의 근대성이라는 자신의 독창적 이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필자의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이상에 대한 해석은 무의식을 서사 분석을 넘어 다른 신체적ㆍ감각적ㆍ시간적 상징화로 확장된다._본문 88쪽

세 개의 한국인 공동체(한국인, 북한인, 그리고 조선족들)와 그들의 연결고리를 트랜스내셔널한 코리아로서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20세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세계적 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20세기 역사가 현재의 결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동에 대한 관습적 분석(예:생산 체제)을 넘어 자본주의 경험의 분석적 틀을 확대하여 역사적, 철학적인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저자의 분석은 이주, 노동, 민주주의적 정치로의 편입, 차별과 착취에 반대하는 시위 등 한국 이주자들의 현 상태로 시작하여 그들의 사회주의 시대에 겪었던 일과 삶으로 되돌아간다.

현재 한반도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노동의 순차적 이동을 통해 중국 동북부의 조선족 사회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식당이나 노래방은 물론 육아, 간병, 노인 돌봄과 같은 직종에서 저임금 노동을 제공한다. 북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이 소유한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 농부들의 땅을 경작한다. 또한 북한 이주노동자들은 조선족이 한국에서 송금한 돈으로 시작되어 번창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 부문에서도 일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한국에서 저임금 조선족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하에서 복지사회라는 허울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_본문 36쪽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다루는 관습적인 시간과 공간을 20세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역사로 포함하도록 바꾸었다. 『자본의 무의식』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역사는 종종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대해 단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산업자본주의가 속했던 20세기 역사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의 일상적인 경험과 정치에 묻어 있음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지닌 역사적 시간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로, 제도화된 기억의 서술과 개인이 경험한 플래시백은 현재의 자본주의 경험의 중요한 실마리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거의 기억을 포함한다. 둘째, 남북한과 중국이 군사독재와 사회주의하에서 각각 급속한 산업화와 물질적 축적을 추구한 경위에 대한 접근과 함께 어떤 위기가 나타났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형태로 산업 축적과 그 위기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20세기의 산업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초월한 시대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수단에 의한 자본 축적의 연속, 즉 각 나라마다 단일한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 축적의 새로운 전략과 원칙을 채택한다는 점에서 자본 축적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 연구는 이처럼 금융자본의 패권적 지배에 한정되지 않으며,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고 전용하기 위한 노동과정의 변환과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의 재구성도 포괄한다. 하비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특징으로 지목하는 사유화, 탈규제, 반노동조합주의의 과정은 잉여가치 생산이라는 점에서 한 몸처럼 작동하는 ‘삼위일체’로 이해되어야 한다(Harvey 2005).
필자는 역사적 반복이라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정치적 체제가 자본축적을 위해 수행적으로 봉사한다는 것에 주목함으로써 역사 변화의 단계론을 비판한다. 민주주의적 현재와 군사주의적 과거의 동시간성은 쌍용의 노동자와 지지자들이 예기치 않게 광주학살을 기억하는 데서 드러난다._본문 168쪽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얽힘 속의 한국의 통일
- 『자본의 무의식』 전체 개요

한국의 통일이라는 지역적 주제를 통해 세계사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얽힘을 드러내어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한 『자본의 무의식』. 이 책은 다양하고 치밀한 이론적 탐구와 풍부한 역사적ㆍ인류학적 자료 그리고 이 둘 사이의 흥미로운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수많은 논쟁점과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전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제1부는 책 전체의 역사적ㆍ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1장은 남북통일에 대한 트랜스내셔널한 접근 방법을 구성하고, 이 접근법을 근대 주권, 자본주의의 위기, 역사 변화의 시간성에 대한 더 광범위한 역사적ㆍ이론적 탐구에 포함시킨다. 2장은 정치적 체제들의 동시간성을 검토하는데, 이 동시간성의 인식을 통해 이제까지 파편화된 노동 집단으로 여겨져 온 노조 가입 자국 노동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이주노동자, 귀환 동포의 동시간성을 정식화할 수 있다. 이른바 민주적 신자유주의 시대에 군사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을 다시 현재에 되살려 환기시키는 일은 민주주의 정치학에서 민주화 이전과 이후라는 통상적 시대 구분을 와해시키는 새로운 정치적 계기들을 만들어 낸다.
제2부는 한국과 중국 조선족 사회의 위기 속에서 생성되는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형성을 상술하여 시장 유토피아의 한 양식으로서의 배상에 초점을 맞춘다. 3장은 위계적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조선족에 대한 배상의 정치학을 내포하는지 검토한다. 조선족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한국으로 이주노동자로 귀환하는데, 이 귀환은 한국의 탈식민화의 계기로 구성된다. 저자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조선족 권리를 부정하는 이 도치된 탈식민화에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논리를 포착해낸다. 4장은 조선족의 이주노동을 사회주의적 배상의 한 형식으로 접근하는데, 이 배상의 정치는 실현되지 못한 사회주의의 전망을 상품으로 변질시킨다. 중국 당국은 경제사유화를 사회주의 혁명이 야기한 폭력에 대한 배상으로 규정한다. 저자 박현옥은 조선족이 자본주의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폭력의 형태들을 탐구하는데, 이주노동의 신체적 경험과 이중국적에 대한 조선족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5장은 한국에서 일하는 조선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중국 문화혁명에 대한 비자발적인 회상을 폭력의 역사적 반복의 징후로 해석한다.
제3부는 평화 논리와 인권 옹호를 시장 유토피아의 다른 양식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남한, 북한, 조선족 사이의 삼각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6장은 남북통일을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학의 문제로 접근한다. 이 민주주의 정치학은 탈냉전기하에서 국가 유토피아에서 시장 유토피아로 변화한다. 저자는 통일의 정치학 내에서 평화와 화해를 주장하는 쪽과 인권과 북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쪽 사이의 날카로운 대립의 저변에 존재하는 모종의 합의를 밝힌다. 7장에서는 이런 새로운 통일의 정치학 안에서 진행되는 북한에 대한 담론화된 규정들과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위기로 점철된 사회주의에 대한 북한 정부 자체의 담론과 나란히 대비시킨다. 8장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과 조선족 공동체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속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다루는데 이들이 중국과 남한으로 이주하며 겪는 일상 경험과 주체성의 문제를 설명한다. “[중국과 남한으로 꼭] 올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왔어요]……”라는 이들의 이주 서사는 통일의 정치학이 그랬듯이 분석의 초점을 난민이라는 이들의 신분에서 이들의 상품화로 이동시킨다. 필자는 이들이 처음에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남한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이주, 조선족과 맺는 종족 민족적ㆍ종교적 관계에 의한 상품화의 매개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유랑과 육체노동, 국가 없는 민족을 향한 욕망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담지하고 있다.

무엇이 반복되고 있으며, 왜 중요한가?
- 『자본의 무의식』의 핵심 개념 ‘반복’

반복은 『자본의 무의식』의 핵심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브뤼메르 18일』에서 “첫 번째는 비극으로, 그다음은 희극으로”라고 썼다. 마르크스의 이 구절은 냉전 시대와 냉전 시대 이후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담아낸다. 이러한 시기를 ‘반복’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두 개의 역사적 시기를 대립하는 구도로 보거나, 역사적 전환의 시기라고 보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독재 대 민주주의, 산업자본주의 대 금융자본주의가 그것이다. 물론 반복이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에게 과도기 패러다임에 의해 가려진 각 시기의 역사적 특수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국가 주권의 틀 안에서 민주주의를 분석할 때, 특히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패러다임은 전환의 핵심이 된다. 국가와 당의 독재나 권력 다툼으로 20세기 사회주의가 실패했다는 주장은 현재의 중국과 북한의 민영화와 시장화를 민주주의를 향한 결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군사 독재 해체를 통한 정권 교체와 그에 따른 정치 자유화는 민주화를 향한 결정적 행보로 여겨지는데, 일단 민주주의로 가는 다리를 넘어가면 독재로의 복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 규제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대립은 사라진다. 국가, 자본, 노동의 관계는 사회주의, 자본주의, 독재, 자유민주주의 정권마다 다르다. 반복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국가, 자본, 생산 체제에 의한 노동의 지속적 상품화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반복의 개념을 통해 저자는 사회적 관계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설명하며, 국가 형태의 변화가 해방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집필 초기부터 식민지 및 냉전 시대의 이주노동자들과 운동가들의 기억, 그 기억들은 저자에게 기억이 그들에게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그들의 역사에서 기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만들었다. 반복에 대한 탐구는 바로 그런 노력에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세 가지 한국인 공동체(조선족, 북한, 남한)의 역사를 연대기가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 서술했다. 저자가 과거로 빠져드는 것이 현재의 정치 체제와 자본주의의 패권적 대표성을 민주주의로 무너뜨리는 순간이며, 조직화된 새로운 정치적 순간들을 구성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한국, 다른 한국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 『자본의 무의식』 이 탐구한 한국인, 북한인, 조선족들의 사회적 관계

한국은 일본의 식민 통치부터 1948년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기까지 식민지 투쟁에서 한국인들의 민족국가 형성과 독립적인 한국(독립국가)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소작농들에게 중요한 이슈인 노동과 토지소유권에 관한 논의들을 통일과 연결시키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통일 문제가 영토와 국가의 통일이라는 과제로 고정되었다. 남한에서 통일은 민중민주주의 운동으로서 반자본주의 혁명과 민족해방을 통일의 출발점으로 다루었다.
『자본의 무의식』은 탈냉전 시기에 접어든 현재를 탐색하며 민족 통일을 이루기 위한 방식에 대해 아주 새로운 모델, 즉 자본에 의한 트랜스내셔널한 공동체 형성이라고 제시한다. 저자가 자본이라고 말할 때는 일종의 투자나 인도주의적 원조의 형태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잉여노동력을 무급 노동 형태로 추출해 자본 투자에 따르는 이익으로 전용하는 사회관계를 말한다. 초국가적 규모에서 한국인들이 현재 맺는 사회적 관계는 민족, 국가, 민주주의의 연결된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 서로가 서로에게 관여하도록 만든다.

필자는 시장 유토피아를 배상, 평화, 인권운동의 민주적 정치학이라고 개념화했다. 이 민주적 정치학의 영역에서 시장 유토피아의 등장은 지구적 자본주의가 민족국가의 주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대중 해방의 근대적 이상과 점점 더 분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만들어낸 정치적 진공 상태와 경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도래는 20세기에 산업 근대성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형태로 상상되었던 것처럼 문화적 상상력의 행위를 지배한다. 필자가 상세히 다룬 것은 배상, 평화, 인권의 자유주의적 목록들이 공유하는 논리이다. 이는 자본주의를 시장과 민주주의로 추상화함으로써 등장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이런 공유된 논리는 사유재산제, 법치, 그리고 (국가) 폭력으로부터의 자유의 숭고함이다.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남북통일의 담론과 정치학을 회피하는 집단 무의식이다. 통일을 향한 열망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유토피아 정치학에 의해 초국적 형태로 재구성되면서 이 집단 무의식은 자본주의적 무의식이 된다._본문 563〜564

『자본의 무의식』은 정치와 역사의 충실성을 강조한다. 역사의 종말을 말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또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은 어떤 형태를 띨 것인가에 대한 시급한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저자 박현옥은 『자본의 무의식』을 통해 발터 벤야민이 경고했던 긴급한 정치적 과제로서 역사의 시간적 분화를 제시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불완전한 상품화의 경험, 즉 역사적 진보라는 개념을 비판하면서 그것과 대립하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등, 헤게모니를 쥔 이데올로기를 다룸으로써 역사적 전환의 서술조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저자는 역사적 반복에 대한 재인식, 다시 말해 민주화가 끝난 후 국가가 계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재인식이나 과거 식민지와 냉전의 과거를 환기하면서, 현재에 대한 새로운 비판적 이해가 어떻게 재인식되는지 보여준다.

한국의 87년 체제와 97년 체제, 그리고 자본의 무의식
- 1987년의 민주화와 1997년의 금융 위기, 그리고 저자의 연구

저자가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던 때는 1980년이었다. 캠퍼스 시위에 휩쓸렸고 잦은 휴교사태가 이어졌다. 군사독재에 맞선 민중민주주의 운동의 정점에서 저자의 대학 시절은 잊혀지지 않는 정치적 각성, 학교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벌어지는 시위, 그리고 분노와 절망과 희망과 공포의 혼합으로 특징지어졌다. 졸업 후 저자는 사회주의와 북한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는데, 두 가지 주제는 독재 정권하에서 금지된 주제였다.
물론 자본주의적 제국의 심장부에서 사회주의와 북한을 연구하는 것은 명백한 아이러니다! 또 다른 아이러니는 저자가 사회주의에 대해 수년간 공부한 결과, 결국 『자본의 무의식』으로 비추어 보면 일리 있는 자본주의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1980년대 남한에서 벌어진 투쟁은 (저자의 경험을 고려했을 때)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1960년대 세계 다른 지역의 급진주의가 발생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의 투쟁은 사회운동과 학계의 문화적 전환에 의해 급진성이 곧 핵심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1987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다는 개념이 노동운동과 곧 번창하는 시민사회운동이 분열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의 진보적 정부 통치에 따라 1987년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국민 권력의 승리로 기념되기 시작했다.
1987년의 전환기의 사상은 시민을 민주정치의 대상으로 대체하고, 억압당한 자들, 즉 민중을 위한 정체성 정치에 초점을 맞춘 학계와 사회운동 분야의 문화적 전환을 부채질했다. 투쟁이 ‘기념화’된다는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운동가들이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변화 없이 정치적 자유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는 사실을 숨긴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전반에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대학생들의 시위, 그리고 계속된 탄압이 이어졌다. 그러나 1997년 금융위기 때 정권을 잡은 좌파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개혁을 추진했다. 1987년 민주화로 이행했다는 기억은 진보 정부가 지는 자본주의적 성격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민주주의라는 난제는 역사의 동요를 일으키고, 위기에서 오는 당혹감은 현재를 과거와 구별하는 역사의 시간화를 둘러싼 열띤 논쟁 전반에 스며든다. 이 논쟁은 1987년의 민주화를 단절의 계기로 보고 1997년의 금융 위기와 서로 대립시킨다. 87년 체제론은 현재를 민주주의의 ‘공고화’ 단계 혹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의 결정적 전환을 좇아 단순히 ‘민주화 시대’라 일컫는다.……87년 체제론의 진단에 따르면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 1987년 그 시작부터 나타난 민주화의 두 가지 특징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1987년의 민주 세력과 반민주 세력 간의 타협 이후 양자 모두 직선제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에 사법부와 입법부의 권력을 강화하여 대통령의 정치적 힘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1987년 이래 경제적 민주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로 인해 같이 힘을 획득한 자본과 노동 사이의 패권 경쟁 때문이라고 본다.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유연고용제를 받아들인 대신 노조결성권과 정당결성권을 획득했다. 이런 진단에 기초해 87년 체제론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사회의 반민주적인 군사문화를 제거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성장하는 중산층과 민중 사이의 지속적이고 폭넓은 민족적 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을 촉구한다.
87년 체제론과 경쟁하는 97년 체제론은 1997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민주화 시대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로 대체됐다고 본다.……97년 체제론 지지자들 중 일부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케인스식 사회적 타협의 채택 여부를 민주주의 신장의 척도로 간주한다. 97년 체제론의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진지한 분석 없이 자본주의 체제 변화를 금융 위기로 환원시키는 데 있다. 본문 157〜158쪽

『자본의 무의식』은 1987년 이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정치에서 그러한 역사적, 문화적 변혁을 문제로 삼는다. 이것이 세계 다른 지역처럼 한국 정치에서 좌파의 정치적 전환과 사라져가는 우파의 구분을 해명한다. 『자본의 무의식』은 저자가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평가하고 새로운 대안 민주정치의 징후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개념과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1980년대의 투쟁은 저자에게 변화와 위기는 동시에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1980년대 민중의 영웅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투쟁으로 건설된 것은 역사의 정상화에 해당한다. 그것은 투쟁에 필수적인 우발성과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대중 해방의 비전을 삭제한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에 따르면 위기의 시간화는 정치적, 철학적 질문이다. 계몽주의, 프랑스혁명, 전쟁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겉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현재가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통로를 추측하는 역사철학에 의해 포착된다.
즉, “정치와 예언”은 현재의 순간을 인식하는 것을 대체한다. 『자본의 무의식』에서 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관용어, 즉 배상, 평화, 인권은 “정치와 예언”의 역할을 한다. 그 개념들이 탈식민화와 민주화의 느슨한 냉전 시대라고 불리는 곳에서 평등, 정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재구성한 것은 아니다. 그 개념들은 역사의 전환기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현재에 대한 설명으로 사용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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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 추천의 글
● 한국어판 저자의 말
■ 서론

Ⅰ 위기
1장 자본의 무의식: 코리아에 대한 난제
1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의 등장
2 남북통일에서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로
3 위기, 사회주의 그리고 주권
4 자본의 무의식 88

2장 민주주의 정치학의 미학: 노동, 폭력, 반복
1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양상
2 세 유형의 노동자들의 동시간성
3 이주노동자의 정치학: 노동권과 인권 사이
4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와 사유재산권
5 위기, 역사주의, 그리고 반복
6 민주주의 정치학과 미학

Ⅱ 배상
3장 배상: 식민지 귀환자들에 대하여
1 배상의 정치학
2 「재외동포법」의 자본주의적 성격
3 배상: 주권과 탈식민화
4 자본주의적 과잉과 국가주의
5 배상의 정치학이 만든 서사, 재시간화

4장 사회주의적 배상: 산 노동에 대하여
1 조선족의 이주노동 체험과 이중국적
2 배상으로서의 사유화
3 일상 노동의 언어와 감정
4 역사적 무의식: 재현되는 이중국적
5 공동체를 향한 정동적 전이

5장 반복되는 중국혁명: 소수민족 문제
1 사회주의적 이상과 물적 조건 사이
2 소수민족이라는 상위 기억
3 사회적 문제로서의 이중국적
4 주권과 차이: 대약진운동
5 폭력과 반복
6 불가능한 소수민족화

Ⅲ 평화와 인권
6장 남북통일과 자본주의적 패권
1 이중의 통일 정치학
2 가족 상봉, 혈연과 국가 폭력
3 남북통일과 자본주의 정신
4 민족 유토피아에서 시장 유토피아로
5 또 하나의 가족 상봉: 무국적 주체들
6 스펙터클로서의 민족 통일

7장 반복되는 북한혁명: 위기와 가치
1 북한의 사회주의와 시장화
2 『임진강』, 스펙터클로서의 사회주의
3 사회주의 국가에서 빠른 시장화
4 이중 경제와 시장화
5 산업구조와 조직망
6 사회주의적 노동과 가치법칙
7 북한 사회주의에 내재된 모순과 위기

8장 탈북의 스펙터클: 자유와 자유 노동
1 “올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
2 「간도 아리랑」
3 이주서사로서의 시장민주주의
4 종족적이고 종교적인 도착
5 새로운 공동성(commons)을 상상하기
6 자본주의적 관계와 일상의 정치화

■ 결론

● 옮긴이 후기
● 참고 문헌
● 찾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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